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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MB 정권의 게이트가 터지지 않을까

왜 MB 정권의 게이트가 터지지 않을까
하루하루 다가오는 정권교체의 그날

(서프라이즈 / 서영석 / 2010-10-11)


요즘 좀 뜸했습니다. 뭐, <Why 유시민> 후속편을 쓰느라고 좀 바쁘기도 했습니다. 그건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만, 오늘은 약간 필(feel) 받는 소식이 하나 있어 자판을 두들겨 볼까 합니다.

어제죠, 그러니까 10월 10일 한나라당의 홍 머시기라는 최고위원이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태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실토했다고 합니다. <Why 유시민>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홍 머시기의 얘기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꼭 제 책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거시기와 한나라당 정권이 자행해 왔던 여러 가지 삽질 정책의 결과, 당장 전세대란과 채소대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분노가 표출될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기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홍 머시기의 실토는 당금의 지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이 정권의 주장이기는 합니다만, 이 거시기의 국정지지율이 50%를 넘는다고 하고, 어떤 차기 대선 여론조사를 봐도 한나라당의 박근혜 양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홍 머시기의 주장은 조금 생뚱맞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표가 좋은데도 불구하고 홍 머시기가 “우린 어려워”라고 울고 있는 건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 골수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자칭 보수우익들의 단합과 단결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실은 홍 머시기가 스스로 자인했듯 지표와 현실과의 괴리가 상상 외로 크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듯 합니다.

이미 지난 6월의 지방선거에서도 입증됐듯이, 과거에는 그런대로 잘 맞아들어갔던 전화면접원에 의한 여론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표와 현실과의 괴리가 생긴다는 얘깁니다. 홍 머시기가 제대로 얘기했더군요. 우리나라의 10가구 중 6곳은 집 전화가 없기 때문에 모바일로 여론조사 하면 이 거시기에 대한 지지율이 20%나 나올까 의심스러운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러나 박 양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허수가 아닙니다. 그 퍼센티지에는 거품이 끼어 있는지 모르지만, 1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전화면접원 조사를 주로 하는 곳은 빼버리고, 휴대폰 조사를 병행하는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부동의 1위 박 양은 부동의 2위 유시민 전 장관을 거의 더블 스코어로 누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왜 홍 머시기는 “지금 상태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울고 있는 것일까요?

바로 그것이 지금 쓰고 있는 <Why 유시민> 후속편 격인 <Why 박근혜>의 핵심내용이기도 한데,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박 양의 예선경쟁력은 좋지만, 본선경쟁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을 포함한 여권 내에서 보면 어떤 잠재적 후보도, 심지어는 이 거시기도 결국은 박 양을 이기기 힘들지만, 막상 야권과 일대일 대결을 벌인다면 박 양의 경쟁력은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죠. 사실 이것은 <Why 유시민> 3부 격인 “유시민, 이길 수 있다”에서 상세히 논한 바 있습니다.

박 양의 예선 경쟁력은 탁월하지만 본선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 이것은 마치 정동영이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맞이했던 현실과 거의 닮은 꼴이기도 합니다. 이 사실을 간과한다면 이 거시기가 박 양을 그토록 비토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거시기는 2007년 이미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그것을 꿰뚫어봤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거기시가 박 양을 비토하는 건 권력을 나눠주기 싫어서기도 하지만(실은 나눠줄 이유도 없는 것이지만), 박 양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현실을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에 정운찬에서부터 시작해 김태호에 이르기까지 그토록 ‘대안’을 찾아서 헤맸던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요즘은 김문수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예선경쟁력이 탁월한 박 양을 거꾸러뜨리기엔 아직까지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자, 이처럼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점점 물 건너 가고 있는데도 홍 머시기가 얘기했듯이 이른바 권력형 게이트가 터지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것도 미상불 흥미로운 일입니다. 홍 머시기는 그 이유로 ‘민주당의 무능’을 꼽았습니다만, 뭐 그게 일말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맞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이에 앞서 주목해야 할 것은 홍 머시기 얘기대로 “권력형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지만 없다고 보느냐. 그건 아닐 것”이란 사실입니다. 지금 현재도 ‘권력형 비리’는 진행 중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입니다. 이상득과 박영준을 정점으로 하는 이 거시기의 핵심측근세력들이 아무래도 그 주인공일 공산이 현재로선 매우 높습니다.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실이 없는 것이 아니란 점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것이 터지지 않고 있느냐?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것이냐? 이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대목인 듯싶습니다.

이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로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이 거시기가 그토록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권력기관의 대가리를 완전히 심복들로만 채우는 ‘묻지마 인사’가 될 것 같습니다. 뭐, 막판에는 심복들의 반란 가능성이 99%이기는 합니다만,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 머시기가 집권한 이후 자신들의 반대자들에게 행한 무자비하고도 철저한 복수의 후유증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프라이즈와 한겨레신문 토론방을 비밀리에 사찰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이 개같은 색휘들!” 하고 화를 내기는 하겠습니다만,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효과 또한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네티즌들을 무차별로 고발해 검찰이나 경찰의 조사를 받게 하면, 당장 욕먹을지는 모르지만, 이것 또한 사람들을 위축시킵니다. 내부 고발자라고 할 수 있는 국세청 안 머시기 국장, 건설연구원이던가요? 김이태 연구원 등에 대해 이 거기시 정권이 행한 그 패악질은 무도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만, 역시 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세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건 뭘까요? 아직은 이 정권의 ‘꿀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꿀물이 계속되는 한 나라는 지속적으로 망가지겠지만, 이 정권을 둘러싸고 있는 ‘설렁탕’파들에게는 여전히 뜯어먹을 건더기가 풍부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잡음이 바깥으로까지 나오지는 않는 단계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생각해보면 이 정권의 장점(?)이랄까, 눈에 띄는 것은 ‘적군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못지않게 ‘아군에 대한 무차별 퍼주기’입니다. 삼성이 그랬다던가요?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를 보면, 삼성의 뇌물을 먹고 잘린 국세청 간부를 삼성은 최고대우로 영입했다고 하더군요. 이 거시기의 사고방식도 삼성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법원에서 줄줄이 무죄로 판결을 받았든 말았든 시키는 대로 무식하게 유죄 기소를 한 검사들은 예외 없이 이 정권 아래에서는 영전으로 보답 받고 있습니다.

반면 진보의 결벽증에 영향을 받았던 노무현 정권 하에서 유시민은 장관 시절 자신의 책에서 밝혔듯이 선배의 납품 종용 청탁을 ‘매정하게’ 거절합니다. 물론 그건 옳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 반대의 ‘온정주의’는 정권이 완전히 추락하기 전까지는 내부 고발을 제어하는 수단으로도 충분히 활용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로는 여전히 한국 사회는 보수가 지배하는 사회라는 사실입니다. 자칭 보수들은 힘이 셉니다. 기득권의 위력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 반대편의 개혁세력들은 숫자는 가끔 많아질 때도 있지만, 힘이 약합니다. 자칭 보수들은 완전한 추락 이전까지는 그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 반대편의 개혁세력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게다가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결벽주의'로 인해 그나마 숫자상으로는 많은 개혁세력들을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산지사방으로 흩어버리는 촉매제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돈이 많고 힘이 있다고 해서 '암'에 걸려버린 한나라당과 이 정권을 구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떼돈을 들여 온갖 비싼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받고는 있습니다만, 그것은 '사망'을 늦추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오히려 그 약발이 떨어질 때 쯤이면 그로 인한 후과는 이 정권과 한나라당이 감내할 수준을 훨씬 넘어설 것이 뻔한 일입니다. 당연히 각종 지표와는 반대로, 2012년 대선에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박 양의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덧글 1)
<Why 유시민>의 후속편인 <Why 박근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빼고 3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1부는 ‘박근혜 철저분석’이고, 제2부는 ‘이명박은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이며, 제3부는 ‘박근혜는 유시민을 이길 수 없다’입니다. 현재 목차작업이 끝나고 프롤로그부터 쓰는 중입니다. 늦어도 11월 초에 출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입니다.

(덧글 2) <Why 유시민>은 예상 외로(?) 고전 중입니다. 현재 2쇄본이 팔리고 있는 중인데, 저는 3달 안에 1만 부 판매를 예상했는데, 거기에는 한 60%도 채 못 미치고 있습니다. 너무 과감한 제목을 달아서인지, 언론의 뒷받침이 미약한 것도 한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미디어오늘>과 <위클리 경향>이 크게 다뤄준 데 감사할 따름입니다. <Why 유시민>의 후속편인 <Why 박근혜>가 나오면 좀 탄력이 붙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조금 빠른 얘깁니다만 <Why 문성근>까지 Why 시리즈 3부작으로 완결할 예정입니다.

(덧글 3) <Why 유시민> 인터넷 구매는….

 

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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