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 평전, 가치와 원칙
평화를 말하는데 망설이지 말자
(민주노동당 / 이정희 / 2010-10-11)
2006년 유엔 사무총장 후보였던 샤시 타루르가 쓰고 이석태 변호사님이 번역하신 <네루 평전>을 다시 읽었습니다. “이만큼만 하면 된다”가 이석태 변호사님이 이 책을 주시면서 더해준 말씀이셨는데, 보통의 바탕과 노력으로는 이르기 어려운 경지입니다.
1958년 유엔총회 의장이었던 레바논 외교관 찰스 말리크는 이렇게 네루의 지도력을 찬미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제도를 통한 대표성 있는 정부의 선택과 배양, 나라의 엄청난 사회 경제적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책임성 있는 대처, 훌륭한 지도력의 행사를 통한 공화국 통일성의 유지와 공고화, 인도가 발휘해 온- 특히 유엔에서의-주도적인 국제적 역할, 그리고 원칙의 문제(예컨대 평등, 자유, 불차별, 인권, 인도주의, 평화)를 정치적 문제와 관련 지운 것.”
솔선수범의 힘, 열망의 고상함, 인도의 이해를 인도적 보편주의의 이해로 설명한 것 등은 모두 네루가 대표하는 인도에 위상과 신망을 안겨주는 데 기여했다. 인도는 민족국가 간 경쟁이나 애국적 국수주의의 견지에서 발언하지 않았다. 네루 치하의 인도는 세계무대에서 아예 더 고상한 위치를 추구했다. - <네루 평전>(탐구사, 2009), 226-227쪽 - |
네루가 이끄는 인도가 국제사회에서 주도한 원칙과 가치를 곱씹어봅니다. 우리가 주도할 원칙과 가치는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또는 가치가 무엇이냐고, 얼마 전 산마을 고등학교에 갔다가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평화’라는 답이 제 안에서 나왔습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누구든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마저 때로는 강대국의 공격 논리로 이용되는 시대, 전쟁의 기억이 채 사라지지 않고 차이가 끝없이 되살려져 나타나는 한반도 상황에서, 평화의 가치를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과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북과 마주 보는 우리 상황에서 평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말하면, 인권과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공격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말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아직도 국민들 사이에 북에 대한 편치 않은 감정들이 있는데 어느 만큼 맞춰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도 하십니다. 그러나 평화를 말하는데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지의 무력분쟁과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인류는 더 이상 진전할 수 없습니다. 원초적 인권인 생명권은 지켜질 수 없고 평화롭게 살 권리는 산산이 무너집니다. 전쟁과 갈등 속에 민주주의는 성장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해야 할 가장 큰 기여는 아직도, 남북관계를 평화와 협력의 관계로 만드는 것입니다. 제 가장 큰 관심은,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 나 자신에게 유용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넘어서서 상당수 기업과 국민이 혜택을 보는 남북의 경제협력 틀을 만드는 것입니다.
꼭 필요한 원자재가 북으로부터 생산되어 반입되어 곳곳의 기업에 공급되고, 축소되어갈 운명에 있는 남의 농지에서 쌀을 비롯한 농작물이 생산되어 북으로 넘어가 우리 쌀값과 농민들의 생활이 보장되는 것부터. 그것이 다시 후퇴했을 때 우리 국민들의 생활에 생기는 손실을 생각해서라도, 평화에서 대결로 후퇴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평화의 힘을 키우는 것이 제 일과 공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2010년 10월 9일 토요일 오전
페이스북, 이정희 의원
이 글은 이정희 의원이 10월 9일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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