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편집증인가 공포증인가
(블로그 ‘이상돈닷컴’ / 이상돈 / 2010-08-06)
국토부 당국자들이 ‘4대강’에 대한 충청남북도의 공문과 도지사들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게 변형(마사지)했다고 해서 민주당과 해당 지사 측에서 해명을 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정부 당국자들이 초조한 상황에 몰리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모든 현상은 집권세력의 ‘4대강 강박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4대강’은 물을 확보하고 홍수를 막는다는 집권세력이 내세우는 ‘사업목적’과 무관하게, 집권세력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되고 말았다. ‘4대강’이 무너지면 자신들도 무너진다는 사실을 그들은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작년 여름만 해도 여권에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발언이 이따금 나오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말을 듣기 어렵다. 4대강 사업이 원래의 목적에 이바지할 수 있냐 하는 것은 집권세력에 있어 큰 관심사라고 할 수 없다. 현재의 정치적 역학관계로 볼 때 ‘4대강’이 무너지면 자신들도 무너진다는 ‘공동 운명’ 의식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상은 물론 집권세력이 ‘4대강’에 ‘올인’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4대강 독선과 아집’은 ‘4대강 강박증’과 ‘4대강 편집증(偏執症)’으로 발전하더니, 이제는 더 이상의 논리가 필요 없는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문제’가 되어 버린 형상이다. 한 개의 모자이크 석재가 삐끗하고 빠져나오기만 하면 통째로 무너지고 마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연상시킨다. ‘4대강 붕괴’는 이제 공포의 대상이 되고 말았으니, ‘4대강 공포증’이란 말이 나옴직도 하다.
충청남북도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편리하게 해석해서 발표한 국토부도 그렇지만 그것을 크게 보도한 이른바 보수신문과 국영방송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4대강’에 대한 이들의 보도성향은 저널리즘의 기본에도 어긋나는 것임은 대학 1학년생도 알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심각한 문제 등 중요한 쟁점은 아예 보도하지 않고, 반대하는 측의 사소한 ‘실수’는 크게 키워서 보도하는 언론을 어떻게 언론이라고 하겠는가.
4대강에 반대하면서 소신공양을 한 문수 스님에 대해선 보도하지 않으면서 수경 스님의 잠적을 두고 환경운동이 어떻다고 힐난하는 언론을 어떻게 언론이라고 하겠는가. 1990년대 초에 천 년 된 북한산 은행나무를 살리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가 단식농성을 단행한 끝에 나무를 지켜낸 환경운동가에 대해서 찬사를 퍼부었던 신문과 방송이 ‘4대강’에 반대하면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환경단체에 대해 그토록 험담을 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참으로 씁쓸할 따름이다.
▲ 낙동강 살리기 사업 제18공구인 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 함안보 공사 현장. 이곳에서는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지난달 22일부터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며 14일째 농성을 하고 있다. 시행사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안전 등의 이유를 들며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을 할 때에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아무리 난리 굿을 해도 이 정권은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며, 무슨 일을 꾸미더라도 ‘MB 2기’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상돈 / 중앙대 법대 교수
출처 : http://www.leesangdon.com/bbs/board.php?bo_table=column&wr_id=426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90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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