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너마저…
설명이 필요 없는 MB 레임덕의 징후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7-08)
땅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곳곳에서 장탄식이다. 이명박 정권 내부에서 한숨 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권불십년이라고 하지만 이건 정말 너무 하는 것이 아닌가.
아직도 2년 반 이상이 남았다. 반환점이나 돌고 난 다음에 레임덕을 말하면 으레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다. 아무리 정치를 잘못했다손 쳐도 좀 봐 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야당이야 정안수 떠 놓고 MB 정권 잘못되길 빌겠지만 이건 집권당 안에서까지 요상한 레임덕 소리가 나오니 미치고 환장할 일이 아닌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조선일보의 태도다. 솔직히 동아일보야 천방지축 철없이 날뛰는 천둥벌거숭이니 무시해도 상관이 없지만 믿는 조선일보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종아리를 때리는 데는 그저 정신이 아득할 뿐이다.
이명박 정권의 시름이 점점 깊어간다. 겉으로야 퇴임 한 시간 전이라도 끄떡없다고 큰소리치지만 속으로는 간이 타고 침이 마른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명박 정권 내부의 붕괴 조짐이다. 청와대나 한나라당에서 많은 제보가 들어온다고 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여권 핵심부에서 야당에 제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가 없다. 창피해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한탄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 가장 아픈 것은 조선일보 논설위원 박두식의 말대로 “지금 터져 나온 의혹들도 훗날 이 정권을 비극으로 몰고 갈 사건의 사전 경고일 수 있다.”
이 정권의 비극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도 그 주변에 실세들도 한나라당 의원들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권의 비극’이란 정권의 종말을 암시한다.
청와대 내부의 특정 세력과 다른 세력이 서로 살아남기 위해 낯 뜨거운 쌈질을 하고 있다는 게 세상에 알려지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장악력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레임덕’ 올까 걱정만 쌓이네 |
레임덕이란 무엇인가. 레임덕은 언제 오는가. 권력누수현상을 레임덕이라고 한다. 레임덕이 오는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실정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당하고 국정도 제대로 이끌어 가지 못할 때 레임덕은 필연적으로 오기 마련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명박 정권은 출발 때부터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출범했다.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것은 오로지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었다. 강남 살며 땅 많이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많은 국민들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 무서운 줄 몰랐다. 광화문 광장을 촛불로 밝힌 미국 쇠고기수입 반대 시위가 벌어졌을 때 국민들은 불길한 징조를 봤다. 명박산성으로 불길을 잡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아니었다.
계속해서 잘못했다.
그냥 한 번 꼽아보자. 세종시 원안은 왜 뒤집어엎으려고 했는가. 4대강은 그게 무슨 바보 짓인가. 천안함은 왜 처음부터 솔직하게 밝히지 못하고 오락가락 말 바꾸기 경연을 했는가. 언론장악 기도는 뭐 하는 짓인가.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는 어떤가.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는 또 뭔가. 국민의 자존심은 상하라고 있는 것인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남북관계는 국민들을 전쟁공포로 떨게 했다.
이 정도면 아무리 부처님 같은 국민이라고 해도 참을 도리가 없다. 본때를 보여줬다. 판판이 선거에서 깨졌다.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렸다. 그런데도 한 술 더 떴다.
김제동은 왜 방송에서 쫓아내는가. 손석희는 왜 100분 토론에서 하차시키는가. ‘땡이뉴스’가 정권을 위해 무슨 공헌을 하리라고 생각하는가. 참 한심하고 또 한심하다.
한명숙 총리는 1심에서 무죄가 났으면 그것으로 끝내야지 별건 수사 안 한다더니 별꼴수사다. 이광재는 도지사 취임선서를 마치자 직무정치다. 이광재 지사는 집무실도 없다. 밤에는 찜질방을 찾는다. 강원도민들의 속이 끓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영포회’는 또 뭔가. 왜 죄 없는 사람 뒷조사를 하고 밥줄을 끊어놓는가. 김종익 씨가 노사모에 가입했다는 것이 죄라면 12만 노사모 모두 조사하고 밥줄을 끊어야지.
김미화가 블랙리스트 말을 꺼냈다가 고소를 당했다. 참으로 겁나는 세상이다. 사람 겁주는 데 쾌감을 느끼는 싸이코들인가.
이쯤 되면 성인군자도 도리가 없다.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6·2선거에서 서울은 25개 구청 중 21개 구청장이 야당이다. 야당이 완승했다. 한나라당 출신 국회의원들 밤잠 설치게 됐다. 세종시 수정안은 물 건너갔다. 야당으로 당선된 도지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한 내에서 4대강 개발은 절대 안 된다고 공약을 했고 당선됐다.
정치인들 사전에 배신이라는 단어가 있는가. 없다. 있는 것은 자신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 만이 있을 뿐이다. 한나라당 안에서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열심히 계산을 할 것이다. 거의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그것이 바로 레임덕의 징후다.
한나라당의 권영세가 테이프를 끊었다. 레임덕을 입에 올렸다. 그 뒤를 이어 불온한 발언들이 뒤를 이어 나온다. 전당대회를 맞아 모두들 자기 목소리를 낸다. 정두언은 통곡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공개적으로 한 번 통곡해보라.
8월25일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내리막이다. 절반이 지난다.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위안을 삼는 사람도 있고 아직도 그렇게 많이 남았느냐는 탄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생각이 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바로 ‘조기 레임덕’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정말 뼈아픈 얘기다.
▲ 조선일보 7월7일자 30면 |
조선일보가 부정적 칼럼을 썼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하늘같이 믿고 있는 조선일보 지면에 이상한 칼럼이 실렸다고 전했다. 할 수 없이 인터넷을 검색해서 읽었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것은 “브루투스 너마저…”다. 브루투스의 칼을 맞고 쓰러지면서 시저가 했다는 마지막 이 말은 고등학교 시절 연극을 보면서 단순히 인간의 배신을 비판한 철부지의 생각과는 달랐다. 왜 브루투스는 시저를 찔렀는가. 아아 그랬구나.
현실계산에 천부적 특수감각을 가진 조선일보의 칼럼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놀랍게도 국민의 생각과 근접한 조선일보 칼럼은 마치 내리막길을 구르는 수레 위에 돌을 얹어놓는 것이다. 속력이 붙는다.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고약하다. 힘 있는 자에게는 더없이 양순해도 힘 빠진 사람은 더 못살게 군다. 레임덕이라는 것도 그렇다. 레임덕이라는 사실이 느껴지면 가차없이 짓밟는다.
대통령이고 뭐고 없다. 벌써 징후가 수상하다. 임기 초창기 같으면 어디라고 감히 레임덕을 입에 담겠는가. 그러나 요즘 보면 레임덕이란 말을 거침없이 토해 낸다. 강아지도 입에 물고 다닐 지경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다. 호가호위하던 측근들은 얼마나 열통이 터지겠는가.
지금 영포회로 이름을 들 날리고 있는 박영준만 하더라도 속으로는 이를 갈 것이다. 전 같으면 악수 한번 하려고 안달을 하던 인간들이 지금은 된 놈 안 된 놈 할 것 없이 씹어 돌린다고 말이다. 아마 이를 너무 갈아서 닳아 없어졌을 것이다.
이제 하루가 가면 하루만큼 이틀이 가면 이틀만큼 이명박 대통령의 힘은 빠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잘만 한다면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잘할 것 같지는 않고 펑크 난 공처럼 쭈그러들 것이다.
정말 잘못한 것이다. 처음부터 오만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국민의 소리를 겸허하게 들었다면 오늘과 같이 일찌감치 레임덕의 수렁에 빠지는 비극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안함 사건도 아직이다. 이인규의 영포회 국정 농단은 이제 시작이다. 권력 내부에서 야당에게 비리를 제보할 수준이라면 앞으로 얼마나 큰 폭탄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껏 억눌려 불이익을 당해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날 테니 이명박 대통령도 가슴이 타지 않겠는가.
당장에 4대강 작업은 중단시켜야 한다. 영포회 사건은 엄단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도 국민의 의혹이 가시도록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진정성뿐이다. 시장에서 얼싸안고 어묵 먹고 막걸리를 한 마셔 봤자 민심이 움직이지 않는다. 감동은 그런 게 아니지 않은가.
국민이 힘들어하고 서민이 어렵다. 아무리 수출이 잘 된다고 해도 가슴은 시리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조선일보 칼럼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자.
“어쩌면 지금 터져 나온 의혹들도 훗날 이 정권을 비극으로 몰고 갈 사건의 사전 경고일 수 있다.”
2010년 7월 8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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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8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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