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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포회’냐 ‘공포회’냐, 무서워서 못 살겠다

‘영포회’냐 ‘공포회’냐, 무서워서 못 살겠다
심하다, 이런 세상에 어떻게 백성이 마음 놓고 사느냐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7-04)


밥줄을 쥐고 있는 회사 간부가 하청업체 사장을 불렀다. 거래를 중지한다고 통고한다. 날 벼락이다. 이유가 뭔가.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블로그에 저장했다는 이유다. 또 있다. 고향이 야당의원과 같다는 이유다. 아 또 있다. 노사모에 가입했다는 이유다. 10년 전에 말이다. 군사독재 때 많이 당한 일이다.

은행을 명예퇴직하고 근무하던 은행과 관련된 사업을 하던 김종익 씨가 대한민국에서 당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투표로 뽑은 민주국가다.

김종익 씨의 밥줄을 끊은 동영상은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것인데 세상에 수도 없이 돌아다닌다. 이게 불법이면 법에 의해 처벌하면 된다. 허나 불법이 아니다. 정작 불법을 저지른 것은 정부기관이다.

불법의 실체는 국무총리실에 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곳이고 이인규라는 사람이 근무한다. ‘영포회원’이라고 한다. 영포회는 포항 영일 출신의 정부 5급 이상 공무원들의 모임인데 위세가 대단하단다.

이인규가 영포회원이라고 비난이 일자 영포회가 아니란다. 영덕출신이라서 정식회원이 아니라고 한다. 믿는 국민이 별로 없다. 왜 이제야 해명을 하는가. 

문제는 아무 권한도 없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민간인을 사찰하고 처벌하라고 경찰에 압력을 가하고 보고의 선이 청와대까지. 이런 문제에 청와대가 개입되어 있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김종익은 죄를 진 것도 없이 하루아침에 생활 터전을 잃었다. 알거지가 됐다. 처자식들은 뭘 먹고 사나. 김종익이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정치보복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직 대통령도 전직 국무총리도 정치보복을 당했다고 국민들이 믿고 있으니까.

그러나 정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김종익이 이런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이건 매우 심각한 일이다.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 국민이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인규의 입장에서 억지를 한 번 부려보자. 왜 노사모 가입했냐. 왜 야당의원인 이광재와 고향이 같으냐. 그러니 반정부 아니냐. 이러면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정신병자다.

하나회라는 것이 있었다. 군대 안에 모든 것은 하나회로 통했다고 한다. 지금 영포회도 그렇다. 속속 내막이 드러나지만 참 대단한 영포회다. 영포회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다. 2008년 말 영포회의 비공개 모임을 보도한 경향신문 11월27일 자 기사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도 참석했다.

“정부 수립 이후 동해안은 황무지, 외딴 동네였다. 가슴이 응어리진 채 지난 세월을 살아왔다.”

“고향에서 대통령이 탄생했으니 내년 예산은 엠비(MB) 정부 출발 예산이다. 포항, 동해안 예산으로 혈맥이 뚫리게 될 것” (국토해양위 위원장 이병석)

“이렇게 물 좋은 때 고향 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 (박승호 포항시장)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최영만 시의 의장)

“속된 말로 경북 동해안이 노났다. 우리 지역구에도 콩고물이 좀 떨어지고 있다.” (강석호의원.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고향을 사랑하는 것을 누가 탓하랴만 사랑에도 정도가 있다. 순리를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 해를 끼친다. 지금 영포회가 국민 비난의 도마 위에 올려져 생선회가 되는 것도 정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영일 포항 주민들이 욕을 먹는다.

특정지역 출신들의 사조직인 영포회원들이 정부 곳곳에 요직을 차지하고 전횡을 일삼는다면 국가의 기강이 무너진다. 바로 반발이 일어난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호가호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부당한 세력들은 깨끗이 색출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 된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이인규는 김종익의 신분이 민간인지 몰랐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민간인은 조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거짓말이다. 불심검문을 해도 주민등록증부터 본다. 김종익의 회사문을 닫게 하는데 그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단 말인가. 이인규가 이렇게 모자란 인간인가. 총리실 간부라는 직책이 이 정도인가. 한심하다. 잘못했으면 그저 무릎 꿇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 빠져나갈 구멍만 찾다 모면 독 안에 든 쥐가 되는 것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이것은 국가 공권력 신뢰에 관한 문제다. 사조직이 공권력을 이용해 공적이지 못한 일을 하면 나라의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나치시대 친위대들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반대세력을 사찰했다. 일제 때 일본경찰은 한국인을 사찰했다. 애국자들을 불법체포하고 고문하고 패가망신시켰다. 독재 시절 우리 민주인사들이 감시를 당했다.

지금이 나치시대인가. 지금이 일제식민지 시대인가. 지금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인가.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통치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선량한 기업인이 참혹하게 탄압을 받고 삶의 터전을 잃은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영포회 출신들이 총리실뿐만 아니라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에 등 권력 핵심부에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들만의 권력이 손잡고 모인 것이다. 그들이 만든 철옹성이다. 이것은 사조직이며 과거에도 그렇듯이 정부안에 갈등을 만들어 낸다. 하나회가 국 내부에서 얼마나 갈등을 만들어 냈는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권력기관 안에 사조직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에게 장애가 된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제거된다. 당한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가. 설사 힘이 없어 지금은 당한다 해도 그들이 가슴속에서 갈고 있는 칼은 반드시 피를 부를 것이다. 날 꼴을 무엇이 될 것인가.

이제 숨겨서 사라지는 세상이 아니다. 말만 안 하지 국민이 다 알고 있다. 국민이 불안하다. 불안에 떠는 국민과 함께 무슨 정치를 할 것인가. 불신과 불안에 떠는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하루에 피죽 한 끼를 먹고 살아도 마음이 편해야 한다. 우리가 공산주의와 싸우는 것도 자유를 위해서가 아닌가. 모두가 불안하다. 옆에서 누가 쳐다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래서는 못 간다.

이것을 해결할 사람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다.

 

2010년 7월 4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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