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원인 규명의 핵심은 ‘스크루 프로펠러’에 있다 (프레시안 / 신상철 / 2010-11-22)
합조단이 애써 무시하거나 근거 없는 이유를 대며 회피하는 데에는 스크루 손상의 원인을 밝히는 것 자체가 그리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닌 반면, 만약 그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게 된다면 지금까지 합조단이 주장해 온 모든 논리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정부와 군의 두려움과 조급한 마음은 스크루 프로펠러 손상 원인 규명 과정에서 나타나는 몇몇 왜곡과 조작 그리고 은폐 사례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30일 필자가 평택 2함대에서 천안함 사고원인을 조사할 때 천안함 스크루 프로펠러 손상에 대한 군의 설명은 ‘함미가 해저에 가라앉을 때 해저지반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손상’이라고 하였으며 당시 미국 대표단 소속 전문가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답변이 하도 황당해서 그 미국 전문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던 기억입니다만, 국방부는 기존의 ‘스크루 손상이 함미 침몰 시 해저와의 접촉으로 손상되었다’는 내용 그대로를 5월 7일 공식 발표합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난이 일자 국방부는 5월 20일 ‘스크루 프로펠러의 손상이 갑작스러운 엔진 정지로 인한 관성의 법칙으로 휘어진 것’으로 발표하면서 그것이 스웨덴 조사팀의 분석에 의한 공식입장이라고 단정 지은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그 주장을 유지해 왔으며 천안함 최종보고서에도 그러한 내용이 최종 결론인 것으로 싣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방영된 <추적60분>을 통해 스웨덴 분석이라던 발표는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합조단에서 선체분과를 맡았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는 “스웨덴 쪽에 5000불을 주더라도 자료를 받아보자”고 했지만 합조단에서는 중요한 문제라 생각을 안 해 무시해 버렸다고 말합니다. 더구나 끝 부분이 이중으로 휘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며 부분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능성’만을 보여준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혼란스러움 마저 느끼게 됩니다. 가장 높은 가능성(좌초)은 철저히 배제한 채, 가장 희박한 가능성(관성)만을 주장하고 마치 그것이 결론인 양 강변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또한 ‘스웨덴 분석’이라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 KBS 강윤기 PD가 “보고서 기술상에 있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지 않느냐”라고 묻자 윤종성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일단 “인정한다”면서도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실수와 의도적인 거짓말은 엄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 스스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것이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거짓말인지를 판단할 줄 아는 다중의 사람들의 몫입니다.
지난 9월 15일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천안함 최종보고서 긴급토론회’에서 언론3단체 노종면 검증위원회 책임연구위원은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에 상당 부분 거짓말이 담겨있다”며 함미 우현 프로펠러 손상에 대한 합조단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합조단의 시뮬레이션 결과 스크루 프로펠러가 ‘관성’에 의해 휘어진 것이 확인되었다고 했으나 실제로 프로펠러가 휘어진 방향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와 시뮬레이션 자체가 무의미한 결과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담당했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는 “그렇다면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라며 관성력에 의한 손상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이 없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 정도 상황이 되면 그것으로 솔직하게 잘못된 분석이었음을 인정하고 국민께 사과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할 것을 제안해야 함에도 국방부는 그 잘못된 분석내용을 그대로 최종보고서에 싣고 있으며, 노인식 교수 또한 어정쩡하게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스크루 손상과 관련해 지금까지 언론에서 한 번도 다루어지지 않은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좌·우 스크루 프로펠러 하부를 인위적으로 잘라내고도 그 사실을 계속 은폐해 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4월 30일 평택에서 천안함을 조사할 당시 합조단은 스크루 하부가 잘려진 손상에 대해 ‘천안함을 바지선 위에 내려놓는 과정에서 바지선과 부딪쳐 부러졌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7월 15일 시민사회단체 대상 설명회에서도 해군 측은 동일하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당시 스크루 하부 잘려나간 부위가 불에 탄 흔적이 보이는 등 미심쩍은 점이 있었음에도 설마 그러한 것도 거짓일까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만, 보다 상세히 찍은 사진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단순히 부딪혀 부러진 것이 아니며 어떤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잘라낸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1) 좌·우 스크루 프로펠러 하부의 손상 모습 좌·우현 프로펠러 모두 블레이드 하부가 잘려나갔습니다. 그리고 불에 탄 것 같이 변색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2) 손상부위를 확대한 모습 마치 용접기로 불어 낸 것처럼 커팅(cutting)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듯하게 잘려나갔거나 불에 탄 흔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시 어떤 피치 못할 사유가 있었기에 현장에서 용접기나 커팅머신을 이용해서 저렇게 잘라내어야만 했을까 밝히기 위해 함미 인양 당시의 모습, 바지선 위에 거치된 상태의 모습 등을 비교하며 함미가 탑재된 과정과 상태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3) 함미 탑재 전 바지선의 상태 우측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바지선은 인양될 선체의 구조를 감안해 선체의 밑바닥을 받쳐 낼 거치대를 사전에 준비해 놓습니다. 통상 대상 선박의 설계도를 참조해 구조에 맞도록 설치하지만, 완벽하게 거치되긴 어렵기 때문에 약간의 높낮이 차이 혹은 손상된 부위를 감안한 세밀한 조정은 현장에서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거치하려고 보니 거치대가 터무니없이 낮다면 문제는 심각해 집니다. 제대로 탑재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은 사전에 군이 함미의 구조를 감안 설계도면을 바지선 인양업자에게 보내주어 준비케 하는데 군이든 인양업자든 오류를 범한 것입니다. 거치대가 낮으면 하부로 돌출된 스크루 프로펠러가 갑판에 닿게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탑재를 한다면 스크루 샤프트가 부서져 버리게 됩니다. (4) 함미 거치하는 과정에서의 야간 공사 낮에 수면 위로 올라왔던 천안함이 밤새 작업을 하는 모습입니다. 어떤 작업을 했는지는 발표하지도 않았고 가림막에 가려 알 수는 없으나 크레인으로부터 걸려 있는 체인이 그대로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바지선에 거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5) 바지선 탑재 전·후 프로펠러의 거치 형태 비교 위 사진 중, 우측 사진은 수면 위로 나온 상태의 함미(프로펠러)의 모습이며, 이것이 탑재되고 난 이후의 모습이 좌측 사진입니다. 이제 이 두 개의 사진으로 프로펠러가 바지선 위에 어떻게 위치하는지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공중에 떠있는 상태의 함미 스케일을 조절 확대해서 샤프트와 프로펠러 부분을 따 냅니다. 다음으로 바지선에 탑재된 상태의 사진 역시 같은 스케일로 준비합니다. 바지선의 상갑판은 노란색 표시와 같으며 그 바닥을 기준으로 함미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탑재 완료된 상태의 사진에 앞 허공에 매달린 상태의 스크루를 따와 중첩(Overlap)시키면 다음과 같은 모양새가 됩니다. 공중에 떠 있을 당시 영상의 스크루 아랫부분의 뾰족한 부분은 바지선 위에 탑재 된 후 바지선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황당한 모습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미 그만큼은 잘라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차적 원인은 바지선의 거치대 준비 과정에서 군 당국이든 바지선 업체든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던 것이며, 그럴 경우 바지선의 거치대를 높이는 작업을 해야 했음에도 멀쩡한 스크루를 잘라내는 무모한 결정을 해버린 것입니다. 천안함 원인 규명 과정에서 스크루 프로펠러의 손상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해 모르는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긁힘 현상 하나하나까지도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증거일진데, 멀쩡한 스크루를 인위적으로 잘라내고도 그것을 ‘부러진 것이다’라며 거짓말로 둘러대는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합조단은 이러한 문제를 국민들께 솔직하게 있는 사실 그대로 말을 해야 했습니다. 여차여차하여 거치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였노라고, 그래서 거치대를 다시 준비하는데 시간이 너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여 자를 수밖에 없었노라고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 <추적 60분>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인상이 깊게 각인되었던 대목은 카이스트 윤덕용 교수의 주장과 태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는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에게 “용산 전쟁기념관에 가서 (어뢰를) 봤느냐?”고 묻습니다. 학생이 “가서 보지는 못했다”고 하니 “가서 보고 나서 그리고 연구를 하고 의문을 제기하라고”고 나무랍니다. 과학적 진실은 ‘눈으로 보면 알 수 있게 되는 것’도 많겠지만 ‘눈으로 보아도 알 수 없는 것’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역으로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어느 부부가 아이와 함께 있다면 우리는 굳이 두 부부가 잠을 자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그 아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모르지 않듯이, “가서 보았느냐”라는 주장은 전혀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억지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리고 윤 교수는 “수 백가지 데이타 중에 한두 개가 잘못되었다고 전체를 잘못되었다 말하면 곤란하다”고 강변합니다. 천안함 사건에 의혹투성이가 지천에 널려 있는데, 수 백가지 데이터 중 불과 한두 개가 틀렸다는 것 자체도 사실이 아니지만, 수 백가지 데이타가 있어 본들 무엇합니까. 단 한 번의 엉뚱한 해석으로 모든 데이타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는데 말이지요. 수 백번 검증하면 무엇합니까. 원인과 해석을 엉뚱한 곳에 두고 그것을 전제로 수 백가지 실험을 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과학은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결과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실수도 아닌 의도적인 거짓이라면 그로 인한 결과 역시 거짓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에서 스크루 프로펠러 손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것은 마치 고대 화석마냥 자신이 겪어야만 했던 그 모든 불행한 과정을 고스란히 지닌 채 천안함 함미에서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前 천안함 합조단 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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