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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평도 사태, MB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

연평도 사태, MB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
(블로그 ‘진실의 힘’ / 김창호 / 2010-11-29)


“여태까지 미국의 작전 지휘를 받는 것에 길들여져 여러분 스스로 우리 민족과 한반도 안전을 위한 독자적인 군사전략을 가지려 노력해본 적이 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노기를 쏟아냈다. 2005년 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와 전군의 별 수백 개가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던 자리였다. 정부 대변인으로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필자는 당시 상황을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이 격노하게 된 배경은 이랬다.

전시작전권이 곧 회수될 예정인 가운데, 우리 군사력을 증강시킬 대책이 시급했다. 세계적 추세에 따라 인력에서 기술 중심의 전략 증강을 위한 군의 편재가 불가피했다. 머리 숫자가 많은 육군의 별을 감축하는 대신 해·공군 중심의 첨단무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했다. 그것이 다름 아닌 ‘국방개혁2020’이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계획을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폐기하지 않도록 프랑스의 경우처럼 ‘법제화’를 추진했다.

발단은 여기였다. 당시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업무보고를 하면서 ‘한국과 프랑스는 지정학적 상황이 달라 법제화가 적절치 않다’는 요지의 보고를 했다. 육군 중심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 보고가 끝나자 대통령은 ‘국방개혁 법제화와 지정학적 상황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도대체 당신들은 별만 달고 있지, 우리 민족과 국가의 안위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느냐’고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판돈 키운 북한, 카드 없는 MB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북한이 판돈을 높이는데 한국은 패가 거의 없다(South has few cards to play as North Korea ups the ante)’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북한이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택을 강요한 반면 MB에게는 그에 대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 칼럼의 제목은 향후 우리의 대응방향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북한은 왜 판을 키우려 했을까. 이번 사태에 대한 김정일의 책임은 피할 수 없지만, 그들이 이런 초강수를 선택한 내적 불가피성이 있었을 것이다.

김정일은 자신의 통치기간 중 북한을 둘러싼 국제환경을 개선하고 경제적으로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무엇보다 국제환경 개선을 위해 미국과의 수교가 필수적인 만큼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협상에 매달렸다. 결국 클린턴, 부시 행정부 후반기 때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도 했다.

그러나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꼬였다. MB 정권은 기존 남북 대화와 경제교류를 차단하고, 강경일변도로 북한을 밀어붙이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처럼 미국과 북한을 완충, 연결시켜주는 역할보다 오히려 북미 간 긴장을 조성하는데 몰두했다. 서해안 NLL 근처를 미국의 훈련장으로 제공해 더 이상 방치하면 북한의 최후 방어선이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다.

오바마에 대한 기대도 어려웠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과의 전쟁으로 지쳐 있었기 때문에 북한과 새로운 전쟁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북한과 대화로 문제를 풀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당초 오바마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점차 펜타곤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대북 강경책이 오바마와의 이견 때문이 아니라 바로 오바마의 생각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최근 한국은 북한 붕괴 시 미국이 진주할 수 있는 작전계획에 합의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은 ‘전쟁이냐 평화냐’를 선택하는 카드를 던졌다. 판을 키워 선택을 강제하자는 것이다. 우선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전격 공개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깜짝 놀라 북한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지 분석하기에 바빴다.

곧이어 연평도를 포격했다. 사실상 전쟁에 준하는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100~200여 발, 정확한 숫자를 적시할 수 없는 엄청난 포탄을 날린 것이다. 다시 한번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택을 강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전면전을 선택한 것일까. 물론 검토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아무리 포를 쏴 판을 키워도 미국, 특히 남한은 마땅한 선택의 카드가 없다는 것을 꿰뚫고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또 다른 전쟁을 할 처지가 아닌 만큼 결국 중국의 협조에 매달렸다. 그러나 중국이 협조하더라도 그것이 북한에 그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더욱이 이미 벌어진 연평도 폭격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여전히 미국에 넘겨주고 있는 남한의 손을 묶는 것은 더욱 간단하다. 남한은 미국의 허락 없이 데프콘등급을 상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보복과 응징’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그것이 뻥이라는 것을 북한은 너무 잘 안다.


문제는 전시작전통제권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환수하려 그렇게 애썼던 전시작전통제권을 애걸복걸하면 다시 3년간 미국으로 넘긴 MB가 초기대응 부실을 지적하는 여론이 고조되자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가증스럽게 변명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연기를 요청한 것은 다름 아닌 MB 자신이었다. 지난 6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작권 환수 연기를 요청했고, 결국 오는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시기는 2015년 12월1일로 3년7개월여 연기됐다.

이 같은 연기는 안보불안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국방부를 비롯한 군 지도부의 자신감 결여에서 비롯됐다. 객관적 지표만 보도라도 남한은 군사적으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군 지도부는 주권국가로서 독자적인 군사전략을 수립할 고민과 능력이 부재한 상태이다. 오히려 미국에 의존해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국방부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며 전작권 환수를 연기할 기회나 논리를 만들기 바빴고, 전작권 환수에 대비한 ‘국방개혁’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뭉개려 했다.

문제는 군 지도부가 전작권이 없는 만큼 전시상황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데, 왜 불필요한 고민을 하느냐는 식이다. 북한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와 군사적 충돌 시,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는다. 육해공군을 어떻게 배치하고, 개별 전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연구할 필요도 없다. 연평도 포격 징후가 있었지만 그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이 다 알아서 해줄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한국 군대는 실질적인 전투를 수행할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번 연평도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초기 대응으로 대포 약 80여 발을 응사한 것 외에 육해공의 공조에 의한 독자적 작전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도 한국 군대가 이렇게 무기력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랬다고 한다.

MB는 이러한 전투능력 저하를 개별 사병이나 부대의 책임으로 전가하려 할 것이다. 처음에는 민주정부 10년간 대북지원 때문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MB가 대통령으로 군 지휘권자가 된 지 3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전 정부 탓을 한다는 것은 너무 비겁한 짓이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책이 참여정부가 연평도 군사력을 축소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 연평도 인근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군사훈련 강화를 명분으로 훈련을 강화하거나 군기 잡기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은 사병이나 부대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전투력은 세계 최강이다. 문제는 MB와 군 지도부의 무능력에 있다. 자신들의 무능력을 감추기 위해 괜한 군기 잡기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된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MB의 무지 또는 사기… MB의 책임을 명백히 하자

필자가 중앙일보 논설위원 시절, 어느 공식석상에서 탈북자 문제를 놓고 보수 언론인과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폴러 첸이라는 독일 의사가 북한주민 수 천명을 기획 탈북시키겠다고 공언하고 다녔고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했다.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은 자기 기만적이다. 왜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가. 인권을 그렇게 강조한다면 탈북을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문제는 탈북자가 한꺼번에 수 천명이 발생했을 때, 이들과 우리 사회 공동체에서 함께 공존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점이다. 보수 언론인은 “한국사회에 풀어놓으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섬에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보수 언론인의 이런 이중적 태도에서 한국 보수세력의 ‘무지와 기만’을 보았다. 연평도 포격에 대해 보복과 응징을 강조하는 MB에게서도 동일한 ‘무지와 기만’이 느껴진다.

보복과 응징, 강경 대응 따위의 말 놀음을 하기 전에 전시작전권 환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겨우 미국이 중국에 외교적 협조를 얻어 확전을 막는 일에 전력할 것이고, 서해안에서 군사훈련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늉만 하게 될 것이다. 전시작전권이 없는 MB로서는 달리 선택의 길이 없다.

이미 중국의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MB를 만난 뒤 중대발표를 했다. 그 내용은 예상대로 외교적 해결이다. MB도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전시작전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전력 강화만 얘기하고 말았다. 결국 북한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 몇 가지 외교적 제스처로 마무리하겠다는 수순으로 보인다.


진보개혁세력, 평화노선을 다시 확인하라

물론 군사적 대응이라는 카드도 있다. 그러나 이 카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북한은 물론 MB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온 첫 반응이 ‘확전 방지’였다. 보복과 응징이라는 강경대응 카드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누군가 불가능하다고 보고했을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도 없고, 설령 있다고 한들 이번 사태에 대한 MB의 책임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에게 전쟁을 요구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군복 입고 국방부 지하벙커를 찾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속내가 이렇더라도 겉으로는 보복과 응징이라는 말을 떠벌렸어야 했는데, 국방부 장관이 눈치 없이 ‘확전 방지’라는 속마음을 까발리는 바람에 그의 목이 날려야 했다.

그렇다면 진보개혁 세력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북한의 잘못을 지적한 것은 당연하다. 특히 민간인 희생자를 낸 것에 대해서는 용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북한을 비난하고 말아버린다면 진보가 보수와 무슨 차별이 있겠는가.

결론은 한반도 평화노선을 보다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다. 이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일수록 보수에 영합해 비난을 면하려 하기보다 진보노선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첫째,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기 위한 시민적, 외교적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독자적 군사전략 역량을 강화해 한반도 차원에서 우리 안보를 주체적으로 지켜나 갈 수 있는 군사적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북미 간 쌍방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을 찾아야 한다. 최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평양은 지속적으로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과의 양자 대화가 열리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IAEA 사찰을 받고, 휴전회담을 평화회담으로 대체하겠다고. 이제 미국이 북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때다”라고 썼다.

미국 보수언론도 북미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외교라인, 지식사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국의 태도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셋째, 북한에 대해 평화정착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남북한의 군사력 격차와 별개로 한반도에서 전쟁은 공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서는 전쟁을 통한 승리보다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을 우리는 물론 북한에도 명확히 인식시키고, 우리의 확고한 태도를 믿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MB의 정치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파탄시켰음은 물론 충분히 군사적 충돌이 예상됐음에도 초기대응이 매우 부실했다. 또 이미 예정된 전작권 반환을 연기함으로써 우리의 독자적 군사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러면서도 보복응징 등을 부르짖으며 전쟁망령을 불러옴으로써 긴장을 초래했다. 이는 곧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외교·안보 현안이 중심의제가 되면 대통령 지지도가 오르게 마련이다. 이것을 MB식 보복과 응징의 레토릭에 대한 지지로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북한에 대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곧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다.

야당과 진보 개혁세력은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어설프게 냉전주의에 편승해 전쟁을 부추기고 나선다면 역사가 기억하고, 용납지 않을 것이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용기있는 지도자가 요청되는 법이다. 누가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가 될지 우리 모두 지켜보자.

 

김창호 / 전 국정홍보처장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16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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