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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직을 걸고 4자 공동조사단 구성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대통령직을 걸고 4자 공동조사단 구성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서울 시민 여러분

오늘 저는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또 범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로서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대한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발표한 대국민특별담화문을 통해 천안함 사건을 ‘북한에 의한 명백한 군사도발’로 규정하고, 그에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UN 안보리 회부와 함께 <남북해운합의서> 파기, 그리고 남북 간 교역과 교류 전면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대북 심리전 재개와 한미연합 대잠수함훈련 실시, PSI 역내외 해상차단훈련 실시를 해법으로 내놓았습니다.

북한은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하여 “모든 군사적 보장 조치를 전면 철회할 것”이라며 7개 항의 중대조치를 발표했고, “동ㆍ서해지구 군 통신 연락소 폐쇄와 개성공업지구 등과 관련한 육로통행의 전면 차단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초강경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대북심리전을 재개했고, 북은 전쟁불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된 남북관계를 보면서 가눌 수 없는 아픔을 느낍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이루어 놓은 남북화해와 협력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너무 잘못된 방향으로 너무 멀리까지 가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대북경제제재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경제를 제재하고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과거 민주정부 10년 동안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평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평해전에서 보여준 단호한 안보의지와 함께 남북 간 화해와 평화를 통해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꿈도 가능했던 것입니다.

금강산이 열리면서 북한의 장전항에 있던 해군기지는 사라졌습니다.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경제협력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 자리에 있던 장사정포와 2개 사단의 북한군 정예부대가 12킬로미터 후방으로 물러났습니다. 평화와 협력의 한반도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서울 시민 여러분!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남북이 휴전선에서 군사적 충돌위협을 감수하면서, 삐라 전단을 살포하고, 상호 비방방송을 해대는 어두운 냉전의 시대로 후퇴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이미 평화를 지키기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의 힘만으로는 현 시국의 어려움을 헤쳐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중대한 국면을 현명하게 해결하고, 다시 한반도에 평화와 경제안정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이명박 대통령께 제안합니다.

중국이 제안한 4자 공동조사단 구성을 수용할 것을 촉구합니다.

중국이 뉴욕 유엔대표부를 통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천안함 공동조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군사정전위원회를 열어 공동조사를 하자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4일과 25일, 베이징에서 이 중재안에 대한 조율을 마친 뒤, 유엔사를 통해 26일에 한국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국제적인 조사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은 바로 이 4자 공동조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중국의 제안을 결코 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부가 북한이 제안한 ‘검열단 파견’ 제의를 거부한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전혀 경우가 다른 것입니다.

4개국의 전문가들로 조사단이 구성되면, 답은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군이 아직 공개 발표하지 않은 가스터빈실과 엔진, 그리고 문제의 ‘1번’에 대한 조사만으로도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

당사자인 북한이 천안함 공격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 회부는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까지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긴장과 대립 속에, 무력충돌 공포에 시달려야 하며, 한국경제는 안정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정부가 이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습니다. 전면적인 대북조치는 그 뒤로 미뤄도 늦지 않습니다. 공동조사 결과 북한의 공격이 밝혀진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 경우, 우리는 유엔안보리 회부를 포함하여 정부의 모든 조치에 대해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할 것입니다. 또한, 북한에 즉각적인 핵 포기와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만약에 4자 공동조사 결과, 확정적인 증거가 없이 선거시작일인 20일에 맞춰 북풍을 야기할 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저 없이 중국의 제안을 즉시 받아들일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2010년 5월 29일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 한명숙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56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