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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명박에게 던지는 마지막 충고 (2)

이명박에게 던지는 마지막 충고 (2)
“종편 특혜 줄 테니 개헌 줄래?”… 종편 특혜와 개헌, 부당거래 안 된다

(블로그 ‘진실의 힘’ / 김창호 / 2011-02-09)


참여정부에서 가축 300만 마리가 생매장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보수언론은 참여정부의 위기관리 미흡을 질타하고 무능 정부라고 몰아붙이며 ‘총궐기’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보수언론은 참여정부를 공격할 수 있는 소재라면 의제의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양극화’ 문제로 참여정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것은 오히려 보수언론이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선 시퍼렇던 칼날이 무뎌졌다. 구제역 전국확산, 전세대란, 물가폭등 등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위기가 너울처럼 밀려오는데도 이를 경고하는 보수언론은 보기 힘들다.

가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등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우는 제스춰를 취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략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고 정부를 향한 화기애애한 태도는 참여정부 때와 매우 대조적이다.


언론과 유착할수록 무능해진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은 정부와 언론의 투명한 소통, 이를 위한 ‘건전한 긴장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언론이 정부를 향해 더 이상 경고음을 울리지 않을 때, 위기는 재앙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정부-언론 관계에 대해 학자들은 크게 3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1) 권위주의 시절 : 언론이 정부의 통제를 받으면서 유착된 ‘유착적 통제’ 단계
2) 문민화 이후 : 언론과 정부가 대립하면서 내적으로 유착하는 ‘대립적 유착’ 단계
3) 참여정부 시절 : ‘건전한 긴장관계’

참여정부는 정부와 언론의 긴장관계를 통해 업무의 질을 높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려고 했다. 언론의 비판기능을 통해 위기에 사전적으로 대비하려고 했다. 언론의 융단폭격이 무서워서라도 정부의 모든 부처는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는 친위적 보수언론이 있다. 참여정부와 비교해 큰 복(福)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친위적 보수언론 때문에 이명박 정권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보수언론이 위기 경보기능을 소홀히 함으로써 정부의 업무 질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무능력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정부-언론의 유착이 무능(無能)을 야기한 셈이다.

위기관리에서 보여준 이명박 정권의 무능력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초동대처 실패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됨으로써 애꿎은 가축 3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앞서 연평도 포격사태도 우왕좌왕하느라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747’ 애드벌룬을 높이 띄웠던 이명박 정권의 경제적 무능력은 더욱 심각하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재임 10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은 4.6%, 인플레이션은 3.2%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경제성장률은 2.8%로 낮아졌고 인플레이션은 3.5%로 높아졌다.

공수표로 밝혀진 일자리 공약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 들어 대졸 실업자는 2008년 26만 8000명에서 지난해 34만 6000명으로, 29.1% 증가했다.

이처럼 무능력이 넘쳐나는데도 이를 따끔하게 지적할 보수언론이 없다는 점 그리고 이를 행운으로 여기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가장 큰 오판이다.


종편은 이명박의 독배(毒杯)

이런 와중에 이명박 정권은 조중동매에 종편채널을 선물했다. 여전히 사회적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언론이 종편까지 장악하면 의견의 다양성은 현격히 악화될 것이다.

또 보수언론과 보수정치 그리고 시장권력 사이의 ‘철의 삼각동맹(iron triangle)’이 더욱 강고해질 것이다. 보수정치는 보수언론 종편을 발판으로 방송분야의 보수적 헤게모니를 강화할 것이다. 시장권력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보수언론 종편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담론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광고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방송의 자본 종속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결국, 이번 종편 선정은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한국의 보수정치세력, 보수언론 그리고 시장권력이 자신들의 천년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만든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종편 선정은 이명박에게 독배(毒杯)가 될 수 있다. 뷰스앤뉴스 편집장은 한 칼럼에 어느 종편 신문사 간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이명박은 레임덕이 전직 대통령들보다 빨리 올 것이다. 왜 그러냐고? 종편 방송이 오는 9~10월 시작된다. 묘하게도 내년 4월 총선 6개월 전이다. 방송을 시작하면 가장 중요한 게 뭐냐?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거 아니겠나? 이명박을 비판해야 시청률이 높아지지 않겠나. 이렇듯 종편방송이 이명박을 질타하면 공중파 등 기존매체들도 같은 경쟁에 나설 거고, 그러다 보면 이명박의 레임덕은 앞당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종편을 따낸 보수언론들은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으면 언제든지 이명박을 버릴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보수 정치인을 선택하면 된다. 이번 종편 선정이 이명박에게 독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편 특혜’ 줄 테니 ‘개헌’ 달라

그러나 칼자루를 뺏긴 이명박에겐 마지막 카드가 있다. 바로 ‘종편 특혜’라는 카드다. 보수언론들은 종편에 선정됐지만 여전히 생존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명박에게 일정 정도 매달릴 수밖에 없다. (종편 특혜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명박을 종편 청문회에 세우자’ 참조)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이 보수언론을 상대로 종편 특혜 카드와 개헌을 교환하려 한다는 소문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이명박으로선 충분히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다. 만약 이 거래만 성사된다면 한나라당 장기집권과 보수언론 종편의 생존이 보장된다. 이명박도 레임덕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이명박과 보수언론 간의 신뢰가 그다지 돈독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언제 상대방이 배신할지 모른다는 불신이 이러한 ‘부당거래’의 최대 장애물이다.

이와 함께 보수언론 측이 이명박에게 매달려봤자 별로 남는 게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으로서는 보수언론 측에 아예 거래를 붙일 가능성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어느 언론사 편집국장은 “보수언론들은 오히려 박근혜와 거래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이 더 걱정해야 할 지점은 역사의 평가다. 만약 이 ‘더러운 거래’가 시도된다면 이명박은 ‘보수세력의 천년왕국’을 음모한 영원한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충고한다. 혹시나 더러운 거래를 하려 한다면 이제 시민들이 용납지 않을 것이다.

보수언론을 믿지 마라. 그들은 절대 이명박, 당신의 정치적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과거의 행태를 봐라. 보수언론은 언제든지 ‘선수 바꿔치기’를 통해 그들만의 왕국을 영속화하려 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이명박, 당신은 그들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이명박은 종편 특혜와 개헌 간의 부당거래가 자신이 살 길인지 아니면 죽을 길인지 진지하게 자문해 보길 바란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종편을 취소하고 보수언론과 분명히 갈라서라. 이 길이 그나마 역사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 종편 문제를 흔히 언론학자들과 언론시민운동 그리고 언론소비자들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는 정치적 문제이다. 이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다루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종편 선정을 용인하는 것이고 이로 인한 최악의 현실은 상상에 맡기겠다. 종편이 2012년 선거에 앞서 주요 의제로 다뤄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창호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32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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