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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천안함 영결식장에서 보여 준 천박한 정권의 한명숙 홀대

천안함 영결식장에서 보여 준 천박한 정권의 한명숙 홀대
이 정도인가, 이 수준인가, 이 정도의 머리들인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5-02)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힌다.
한동안 멍해 있었다. 걱정이 밀려온다.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인간들이 이 지경으로 타락한단 말인가.

미울 것이다. 많이 미울 것이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다.
후보가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더없이 두려운 존재다.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한다. 한명숙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끔찍한 일이다. 꿈에서라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냉수 떠 놓고 기도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리라.

그러나 그게 그렇게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온 국민이 오열하면서 추모하는 천안함 장병들의 영결식장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홀대했다고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한명숙이 패배하는 것도 아니다. 초등학생 계산법도 이렇지는 않다.

시장선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경건한 영결식에서 고의적이고 의도적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홀대와 결례를 저지른 이명박 정권이 그저 한심하고 개탄스러울 뿐이다.

전직 총리로서 한명숙은 당연히 영결식에 참석해야 한다.
정부는 전직 총리의 예우로서 초청장을 보냈고 한명숙은 영결식장에 참석했다.

한명숙은 오전 9시 40분쯤 영결식장에 도착해서 배정된 첫째 줄에 앉으려 했지만, 갑자기 자리가 셋째 줄로 바뀌었다. 한명숙은 해군 측의 초청을 받고 협의를 통해 첫 줄에 앉기로 결정됐었다. 야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자격이 아니라 전직 총리로서 당연한 예우였다.

해군 측은 “청와대 경호처에서 자리를 조정했다”고 했지만, 전혀 사전 통보가 없는 조치였다.

경호처는 “자리배치 문제는 의전팀에서 담당한다”고 해명했지만,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민주당의 김현 부대변인은 “정해진 좌석 배치를 조정할 수 있는 경우는 경호상의 이유 등으로 한정돼 있다"고 했다.

결국, 한 전 총리는 경호상의 이유로 자리가 뒤로 밀려난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는데 대체 무슨 경호상의 문제일까.

혹 이건 아닐까. 한 전 총리를 한 점 소홀함이 없이 경호를 해야 하는데 첫째 줄은 많이 노출된다. 그러니 노출이 덜한 셋째 줄로 옮긴 것이다. 그 정도로 생각해 둘까.

꼭 첫째 줄에 앉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절차가 있어야 한다. 유족들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쩌면 푸대접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는 일을 전직 총리가 당했으니 이를 본 국민들의 마음은 어땠고 한명숙은 얼마나 민망했을까.

누가 왜 이런 있을 수 없는 결례를 범했는지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납득이 안 된다. 머리 나쁜 탓이나 해야지.

무슨 일이든지 상식대로만 처리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상식은 할 짓과 하지 못할 짓을 구별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할 일을 못 하면 짐승으로 전락한다.

고려장이라면 모두들 알 것이다. 부모가 늙으면 산에 버리고 오는 것이다. 고려장에 얽힌 얘기가 참 많다. 자신의 지시로 늙은 아버지를 산에 버리고 온 자식에게 지게는 내다 버리라고 한다. 자식이 대답한다. 아버지가 늙으면 이 지게를 또 써야 될 거 아니냐고.

한 번 생각해 보자.

2012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고 전직 총리가 한명숙과 같은 일을 당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인생사 다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고 허허 웃고 말 것인가.

문득 더 끔찍한 생각이 떠오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했던 똑같은 일이 반복… 된다면… 이런 생각을 꿈에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이번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를 보면서 다시 떠오른 망상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영결식장 홀대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것은 사람의 기본 예의를 벗어나는 일이다. 이런 정부의 작태를 보면서 애들이 뭘 보고 배울 것인가.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으면 남을 먼저 대접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만약에 영결식장에서 주최 측이 한명숙 전 총리를 정중히 안내를 하고 예우를 다 했다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욕을 했을까. 모처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갔다고 했을 것이다.

한명숙 홀대 사건은 CBS 기독교 방송의 ‘노컷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모든 언론이 눈을 감았다. 뉴스가 안 되는가. 기자란 인간들 제발 사람 노릇 좀 하고 살았으면 한다.

MBC 사태를 보자. 이게 기자들이 입 다물고 있을 문제인가. 자신들의 일인데도 꿀 먹은 벙어리다. 그러니 다른 일에야 오죽하랴. 요즘처럼 기자가 사람처럼 안 보이는 때가 없었다. 가슴은 없고 머리만 있다. 뼈는 없고 가죽만 있다.

김인규 김재철 같은 사람이 사장이 되는 판이니 가슴은 텅 비고 머릿속 계산기만 돌아간다.  인간들이 보고 배울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노컷뉴스’는 또 다른 사건을 전한다.

▲ 2010년 4월 29일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모씨(가운데)가 강기갑 대표를 향해 항의하며 통곡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영결식장에서 천안함 유족들이 강기갑 민노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이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귀남 법무장관도 민노당 강기갑 의원에게 항의한 사실은 보고받았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것은 보고에서 빠진 것인가.

백원우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항의를 했다가 ‘장례방해’란 죄목으로 3백만 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걱정이다. 슬픔에 찬 유족들에게 ‘장례방해’란 죄목이 적용되면 어쩌나.

백원우 의원의 경우로 본다면 틀림없이 유족들도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법도 눈물이 있다는데 유족들에게만은 선처를 부탁한다.

특히 검찰에게 당부한다. 법 앞에 피고 눈물도 없는 검찰이지만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공정한 검찰이니까 공정하게 처리하겠지.

정치는 물 흐르듯이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순리 하는 것이다. 순리를 어길 때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남북분단과 민족의 갈등과 동족이 서로 죽고 죽이는 골육상쟁.
이런 것들을 순리대로 풀어가는 것이 정치다.

원수를 사랑하라지만 그건 인간의 소망이다.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수를 사랑하기 이전에 원수를 맺지 말아야 한다.

‘본래무일물하처야진애(本來無一物何處惹塵埃)’란 혜능 대사의 말씀이 있다. 본래 물건이 없는데 어디에 먼지가 앉을 것인가.

원수가 없는데 복수가 어디에 있겠는가.
인생 도처에 스승이 아닌 것이 없다.
“원망하지 말라”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다.

글을 쓰면서도 모진 마음이 원망스럽다.

 

2010년 5월 2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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