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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양천고 비리는 덮으면서 교육계 비리를 척결하겠다?

양천고 비리는 덮으면서 교육계 비리를 척결하겠다?
공익제보자가 안병만 교과부 장관님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김형태 / 2010-03-02)


   


배운 대로 행동하고 가르친 대로 실천하면 죄가 되는 세상?

오늘(26일)은 제가 학교 비리를 교육청과 권익위에 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학교는 학교다워야 하고 교육청은 교육청다워야 한다’는 교육자적 양심에서 공익제보를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도둑질한 사람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도둑을 신고한 사람만 보복성 파면을 당해, 지난 1년간 참으로 숨쉬기조차 고통스러운 삶을 영위해 왔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교육의 장에서 어떻게 이런 비교육적인 일이 생길 수 있는지 개탄스럽습니다. "배운 대로 행동하고 가르친 대로 실천하면 죄가 되는 세상"을 교육계 수장이신 장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이미 여러 번 장관님께 국민신문고 통해 양천고 사학비리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면서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단 한 번도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습니다. 번번이 서울시교육청으로 저의 민원을 내려 보냈지요. 서울시교육청을 믿을 수 없어 상급기관인 교과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인데, 이를 다시 서울시교육청으로 내려 보내는 교과부의 진의를 저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교육청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인지요?

서울 양천고는 120회 이상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학교'라는 이름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온갖 탈법, 불법행위를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자행해 왔습니다. 차명계좌를 통한 수십억의 급식비리, 유령동창회비 비리, 도서실비 불법징수, 체육복 교내판매, 각종 공사비리 및 회계비리, 공원녹지 무단점유, 법인카드 유용, 기간제교사로 둔갑시켜 교육청 돈 타내기, 벌금과태료 등을 교비로 납부, 학운위 회의록 위조, 탄원서 위조, 이사회 회의록 조작 의혹… 등 한 마디로 교육비리의 종합판이요,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참고] 인터넷뉴스신문고 보도
http://www.shinmoongo.net/sub_read.html?uid=14615§ion=sc1&

그런데, 이를 바로 잡아야할 서울시교육청이 한통속이 되어 양천고 비리를 감싸고돌기에, 교과부에서 나서 비리사학과 비리교육청의 유착관계를 엄정하게 조사해 달라고 호소한 것인데 왜 교과부마저 외면하는 것인지요? 08년 민원감사팀장인 전ㅇㅇ사무관은 사학진흥계에 몸담았던 사람이고, 09년 특별재감사팀장인 하ㅇㅇ사무관은 현재 비리에 연루되어 징계대상자입니다. 이런 분들이 제대로 된 감사를 했을 것이라 여기시는지요?
   


교육청 윗분의 소개로 양천고에 부임한 황ㅇㅇ 전행정실장에 의하면, 국가 돈은 눈 먼 돈이라며, 교육청에 로비를 할 때는 먼저 실무자를 일주일 정도 구겨 삶은 후, 고위층을 찾아가 다 되었다며 부탁하면 다른 학교로 배정된 예산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로비능력이 좋은 학교는 돈이 넘쳐나고 로비를 못하는 학교는 책걸상이 부서져 나간다고(실제로 서울 모 학교에서는 행정실장의 로비능력을 높이 사서 재단이사장이 현 행정실장을 위해 공덕비까지 세워주었다고 함) 물론 일정 금액을 상납하는 구조이고 이것은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린 교육청 로비방법을 장관님께서도 알고 계신지요?

교육 비리를 척결하려면 먼저 양천고 사학비리의 실체적 진실부터 반드시 밝혀야

이제라도 교과부에서 직접 나서 양천고 사학비리를 척결하고, 양천고 비리에 연루된 교육청 관계자들도 엄단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어제 언론을 통해, 장관님께서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을 긴급 소집, 교육비리 근절 대책회의를 했고", 또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교육 부조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장관님의 이런 말씀이 허언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정말 교육계의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바로 당장 양천고 사학비리에 대한 교과부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에 120여회 이상 보도되고, 제가 193일간이나 1인시위를 하고 있는데도, 교육계 수장이산 장관님께서는 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침묵하고 방관하시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교육청이야 자기들의 검은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워 손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지만, 교과부는 하등 그럴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사학비리에 대해 애써 눈을 감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중학교 졸업식 알몸사건 이후, 장관님께서는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셨더군요. 이렇게 발 빠르게 대응하실 수 있는 장관님께서 왜 양천고 사태에 대해서는 침묵하시는지요? 현장에 달려오지 않고도, 김태영 국방부장관님처럼 말 한마디면 되는데, 양천고 사학비리는 그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보시는 것인지요?

제가 국민신문고 통해 '계룡대 군납비리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달라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님은 언론보도 이후 즉시 '특별재조사 명령'을 내려, 계룡대군납비리 전말이 어느 정도 밝혀진 것으로 압니다. 장관님께서도 국방부장관님처럼, 특별재조사 명령을 내리시든지, 아니면 교과부가 직접 조사하여 양천고 비리의 실체적 진실 및 교육청과의 유착관계를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밝혀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적어도 제가 볼 때, 양천고 문제 해결 없이 교육계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호언하는 것은, 현재의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피해보자는 위기모면용 카드로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정말 장관님께서 교육계의 비리를 척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실하다면, 양천고 재학생, 졸업생,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들도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교육계의 비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공분하고 있습니다. 비리를 저지른 장본인들도 문제지만, 이렇게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교육청과 교과부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교육청과 교과부가 제 역할을 감당했더라면 감히 불법 탈법행위들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서울시교육청만 본연의 제 역할을 다했어도 오늘과 같은 양천고 사태는 없었을 것입니다. 왜 주어진 권한과 임무를 망각하고, 부패한 양천고를 감싸고돌고 또한 그것도 모자라 솜방망이 처분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교육청은 믿을 수 없어 이렇게 장관님께 간청하는 것이니, 이제라도 양천고 문제 해결에 교과부가 직접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도 앞으로 교육을 챙기겠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이번 사태를 교육계가 진정으로 거듭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주시기 바랍니다. 용두사미로 끝나도 안 될 것이고, 꼬리자르기식으로 마무리 지어도 안 될 것입니다. 성역 없이 교육 비리를 척결하여,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교육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특단의 조치를 교과부에서 취해주실 것을 주문합니다. 그럼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신음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대신하여,
양천고의 부패와 비리를 제보했다는 이유로 파면당한 해직 교사 김형태 올림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16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