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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MB나라 최후의 보루는?

MB나라 최후의 보루는?
조달똥 (jodalddong) | 11.26 15:39



이목구비 사지육신 오장육부 다 멀쩡한데 골만 비어있는 바보

선악 미추 진위는 몰라도 힘의 강약만은 용케도 감지하는 바보

우리가 남이가, 한다면 한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

삼단은커녕 이단도 힘겨워 일단의 아메바 형 논리만으로도 행복한 바보,

눈도 닫고 귀도 닫고 가슴을 닫고 살아도 답답한 줄 모르는 바보

대신에 열렸다 닫혔다 입과 항문만 바쁘게 돌아가도 즐거운 바보

이런 바보들이 오뉴월 통싯간에 구더기처럼 바글바글 모여 사는 나라가 있다.

 

나라이름을 그냥 <멍청이 바보들의 나라>라 부르는 이들도 있고, 이를 줄여서 <멍바의 나라>, 다시 여기서 갑식이 을식이 뭐시기 거시기 할 때의 이름접미사 를 붙여 멍바기의 나라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또 이들 중에 얼마는 멍청이(Mungchungi) 할 때의 M, 바보(Babo) 할 때의 B, 두 개의 이니셜을 따서 <MB나라>라 부르기도 한다.

 

바보들의 나라 바보들은 영어란 언어를 무척 좋아한다. 영어만 쓰면 바보들의 대열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여긴다. 나라 이름조차도 <멍청이 바보들의 나라>, 하고 한글로 부르면 왠지 촌스럽고 멍청한 것 같고 바보 같은데 <MB나라> 하고 영어로 부르면 왠지 도시스럽고 세련되고 괜찮은 소리처럼 들려 사람들은 MB나라라 부르길 좋아한다.

 

바보들의 나라답게 사회현상을 설명할 만한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통계가 없어 믿을 가치는 없지만 바보들의 나라 인간형을 인구비율로 따지자면 대충 100명 중에 10명 정도가 아주 모질고 모땟고 무서운 꼴통바보, 나머지 70명은 세상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갈대형바보, 이 중에 겨우 20명 정도가 나라 걱정하는 지사형바보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전 국민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하는 갈대형바보들은 다시 대충 다음 세 가지 정도로 정밀분류가 가능해진다.  

밥 많이 먹여주고 땅값 아파트 값 올려준다고 유혹하면 1초 안에 바로 바보가 돼버리는 욕심형 바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온갖 협박들이 두려워서 바보가 된 겁쟁이형 바보, 주변에 하도 바보가 많아서 차라리 바보로 사는 게 편해서 바보가 된 두리뭉실형 바보.

기간별로 보면 지역 태생 교육 환경 성질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바보로 살아가는 영구형 바보가 있고, 나이 들면서 바보 색깔이 점점 짙어지는 고령화형 바보가 있다. 그리고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무적선 왔다 갔다 부산항구 제일부두처럼 정신을 차렸다 번쩍 잃었다 깜깜, 정신이 돌아왔다 말짱 돌아갔다 도루묵 하는 깜빡깜빡 사이키조명형 바보가 있다.  

 

 

바보나라의 특징

바보들이 제일 싫어하는 두 가지는 무서운 것 배고픈 것이다. 이를 잘 반영해 위정자들이 바보를 협박하는 2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전쟁이요, 또 다른 하나는 밥이다. 전쟁에 대한 협박이야말로 총대 쥔 바보들이 여타바보들을 억제할 수 최대의 무기다. 밥이야말로 바보들을 굴종시킬 수 있는 최대의 담보물이다. 어지간히 제 정신이 돌아오던 바보들도 밥과 전쟁만 들이대면 다시 천리만리 뒷길로 달려가 오리무중 십리우중 겨우겨우 그 어렵게 헤어나오던 바보의 바다에 다시 풍덩 빠져버린다. 

바보나라의 밥은 법을 대신하고 인권을 대신하고 역사를 대신할 만큼 그 비중이 크다. 밥을 먹고 나서도 밥을 얘기하고 밥이 밥을 위해 밥 외에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만큼 위력적이다. 밥에서 표를 구하고 밥에서 지도자가 나오고 밥에서 희망을 본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밥이 한 사회를 지배할 만큼 큰 힘을 발휘한다.

 

 

바보나라에 바보를 속이는 2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눈물이요, 다른 하나는 기도이다. 바보나라는 신파가 신기하게도 잘 통하는 신통한 세상이다. 기도가 기막히게 먹혀 드는 기똥찬 세상이다.

바보나라의 신파는 신파가 곧 유행이다. 신파의 종류가 하도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하긴 힘드나 그 중에 광고효과가 꽤 괜찮은 신파의 예로 장바닥순례신파 주일신파 국기신파 군복신파 등을 들 수 있다. 장바닥의 오뎅을 자신의 주식으로 먹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의 바보들은 누가 일년 중에 364일 부자만 위하다 그 중에 하루 시장에 찾아가 오뎅 하나만 주어 먹어도 그이를 바로 자기와 같은 류의 인생으로 받아들인다. 막걸리 좋아하는 바보들은 누가 일년에 한두 번 논두렁에 앉아 막걸리 한 잔만 걸쳐도 그가 바로 자기들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처럼 받아들인다.

오 주일이여, 오 주여. 바보들의 나라에선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비록 인간말종으로 살지라도 일요일 하루만 착실히 주를 찾아 착실히 눈을 감고 착실히 기도하면 착실한 신자가 될 수 있다.

바보들의 나라에선 일년 중에 360일 이상 공공의 해만 끼치며 살다가도 국경일에태극기만 꼬박꼬박 잘 달면 그이에겐 애국자가 될 자격이 부여된다. 군복신파도 꽤 눈에 띄는 종류의 하나인데 민간인 신분으로 평생 군복을 평상복으로 입고 살아가는 전역, 혹은 용역시민들은 자동으로 애국자의 반열에 선다.

 

바보나라에 바보를 흥분시키는 2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스포츠요, 하나는 연예다.

스포츠에 대한 열광이야말로 바보들의 나라 바보들이 가장 열광적으로 애국심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세상에 어떤 부정불의 불편부당함에도 의연하게 외면과 방관으로 대처하던 바보들이 스포츠 결과에 대해선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흥분한다. 이렇게 해서 바보나라의 금메달은 애국의 메달이요, 은메달은 슬픔의 메달이요, 동메달은 우울의 메달이며 메달권 외 등위는 자칫 저주의 대상이기 십상이다. 이는 이기는 법만 배우고 지는 법을 배워본 적 없는, 차지하는 것만 배우고 양보하는 법을 배워본 적 없는, 깔보는 법만 배우고 위하는 법을 배워 본 적 없는, 바보나라 고유의 특수한 교육환경의 결과이며 스포츠 기록이 곧잘 지도자의 지지도와 비례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보나라에 지도자가 무소불위의 만민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는 것도 일종의 스포츠 일등숭배주의가 낳은 부작용이기도 하다.

바보나라의 남편들은 제 아내가 파마에서 스트레이트로 바꿔도 눈치를 못 채면서 제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면 속눈썹 숫자까지 헤아리려 덤빈다. 따라서 바보나라의 연예인들은 곧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각분야의 지도자들보다 더 높은 도덕률이 요구된다. 이에 벗어나면 왕따로 몰리기 십상이다.

 

바보들의 나라 감정 속엔 희로애락 중에 가 없어 바보들은 분노할 줄 모른다. 제 나라를 팔아먹은 놈, 말아먹은 놈,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장난치는 놈에 대해 분노할 줄 모른다. 아니, 유일하게 분노하는 대목이 하나 있긴 하다. 바보들은 자신들을 바보라 부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분노한다. 특별히 바보들은 바보나라 바깥에서 누가 바보나라 바보들이 싫다 하면 매우 분노한다. 그러나 자신들은 우리가 바보다 하는 말을 예사로 한다.

 

바보나라의 바보들은 사람 몰아부치기에 선수들이다. 외톨이 왕따 만들기에 귀신들이다. 가령 A란 사람이 방송에 나와서 <제대로 된 대장이라면 변의 지름이 적어도 2센티, 길이가 적어도 18센티는 돼야겠지요. 2x18 이하는 loser에요> 이런 실없는 한 마디를 던졌다 치자. 그러면 콩나물표 꼬부랑 똥, 가락국수 가는 똥, 허물허물 멍게사촌 묽은 똥, 자진몰이 짧은 똥, 스타카토로 끊어놓은 떡가래 똥, 해서 17.9센티 이하의 똥 길이를 가진 바보들이 전부 팔을 걷어 부치고 A를 몰아 부친다. 특별히 장마전선 항문자리 호우성 만성설사라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은 눈을 까뒤집고 거품을 물고 A를 비난한다.  

 

바보들의 나라 바보들이 가장 즐기는 민속놀이는 <미운 놈 나무 위에 올려 놓고 마구 흔들기>. 이 놀이야말로 관민이 일심동체가 돼 즐기는 놀이이기도 하다. 경찰이 장대 들고 검찰이 망태 들고 뒷동산으로 올라간다. 언론이 달 구경 가자 나팔을 분다. 그러면 바보들이 전부 달 따러 가자 하고 우 따라 올라간다. 검찰과 경찰이 나무 위에 올라앉은 이를 흔들고 장대로 내려치기를 반복한다. 나팔수가 나팔을 분다. 나무 주변에 늘어선 바보들이 입을 딱딱 벌려가며 아이 좋아라 재미있어라 박수를 친다.

그러나 막상 나뭇가지 위에 걸려 있던 달이 뚝 떨어지면 그제서야 바보들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혹 그이가 죽기라도 하면 바보나라는 온통 애도와 기도와 눈물의 가요무대가 화려하게 한 판 벌어진다. 고개마다 비 내리는 고모령이요, 다리마다 비 내리는 영동교, 철로마다 비 내리는 호남선이다. 강마다 눈물 젖은 두만강이요, 재마다 울고 넘는 박달재, 항구마다 울고 가는 마도로스다.

바보나라의 울음은 대충 세 가지 정도로 분류가 된다. 첫째가 가장 일반의 울음으로 진정 슬퍼서 우는 울음이다. 둘째가 체면상 울 수 밖에 없는 사람, 속으로는 웃고 겉으로는 우는 울음이다. 셋째가 다른 사람 욕할 때는 욕하고 울 때는 같이 우는, 유행 따라 우는 울음이다. 이 중에서 셋째가 제일 헷갈린다. 이들 유행 따라 우는 울음 때문에 바보나라의 눈물은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그 정체가 무엇이든 잘 우는 건 분명하다. 울지 마라, 울긴 왜 울어, 누가 울어, 아 당신도 울고 있네요. 미남도 아닌 노란 샤쓰 입은 그 사나이가 애닯아 백마도 가자 울고 기적도 목이 메어 운다. 하동포구 80리에 물새도 운다. 그 분이 미워 미워 몸살을 하던 사람들이 미워도 다시 한번을 눈물로 불러댄다. 자신들이 너무한 건 까맣게 잊고 너무합니다를 불러댄다. 백마야 울지 마라 달랜다고 멈출 울음이 아니요, 울어라 열풍아 들쑤신다고 거둘 울음이 아니다. 얼핏 슬픔의 골짜기가 하도 아득해 바보들의 나라는 잠시 깜빡 해와 달이 달아난 세상처럼 보인다. 아니 그렇게 보일 뿐이다. 바보들이 관객으로 참여한 추모의 가요무대, 실제 그 시간은 매우 짧다. 눈물범벅으로 울어대는 사람 중에 일편단심 민들레는 잘 없다. 하룻밤 풋사랑이요 며칠 밤 불나비 사랑이다. 몇 날 몇 달 지나면 무너질 사랑탑이다. 그만큼 바보들의 기억력이 짧기 때문이다. 살아서 몰라주던 당신의 마음을 진정 난 몰랐었네 울면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며 가버린 당신 가슴 아프게 가슴 아프게 불러본들 무슨 소용 있으리. 여름에 만난 사람 가을이면 가버리고 능금이 빨갛게 익기도 전에 사랑은 끝나고 이내 바보들은 원점으로 돌아가버린다.

 

짧은 기억력과 함께 바보들은 감정처리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특징을 또한 보여준다. 

이번 장날에 사람이 여럿 불에 타 죽어 흥분을 했다가는 닷새 만에 오는 다음 장날엔 바로 평정을 되찾는다. 우수에 어느 처녀가 늙은이들에게 농락을 당하다 자살을 했다고 흥분해 날뛰다가 경칩날 흙속에서 튀어나온 개구리를 보고 깜짝 놀라서 잊어버린다.

 

이처럼 낙상사와 같은 큰 사고가 벌어졌을 때 바보들이 자주 사용하는 두 가지 용어가 있으니 그 하나는 사과요 나머지는 용서. 바보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일을 저지른 놈에게 겨우 요구라고 하는 게 사과하라는 것이다. 사람을 불에 태워 죽여도 불 지른 놈을 향해 겨우 한다는 소리가 사과하라는 것이다. 사람이 벼랑에 몰려 죽었는데도 벼랑 끝으로 민 놈을 향해 겨우 한다는 소리가 사과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일을 저지른 놈은 몇 날 몇 달을 버티다가 더러는 슬그머니 넘어가고, 또 드물게는 사태가 심각해지면 하는 듯 마는 듯 사과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이때는 바보들이 자신이 사과를 요구했다는 사실조차도 잊기 일쑤다.

 

바보들이 제보다 못한 바보들을 달래는 두 개의 용어가 있으니 화해와 통합이다. 바보들의 나라 화해는 매우 특이해서 혼자서 하는 것이기도 하다. 맨날 당하고만 살아온 B란 분이 의식을 잃고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불화를 일으킨 A란 자가 찾아가 나 오늘 화해했소 하고 한 마디 하면 바보신문 바보방송이 바로 A B가 화해했다네 하고 나팔을 분다. 그러면 그 바보신문과 바보방송을 복음처럼 믿으며 살아가는 바보들은 매우 흐뭇해한다.

A B가 화해했다네. 정말 잘 된 일이여

바보들의 나라 통합은 매우 특이해서 불통을 일으킨 당사자가 늘 앞서서 통합을 외치고 다닌다. 그래서 바보들의 나라 통합은 양방통합이 아니라 곧잘 일방통합이기 십상이다.

 

바보나라에 정치력은 바보들의 짧은 기억력과 빠른 감정처리 속도, 그리고 일방적인 용서와 일방적인 통합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그 승부처가 있다. 이를 빗대어 바보나라에 유행하는 사자성어 중에 <성호격산>이란 말이 있다. 호순으로 용산을 잊게 한다는 말이다. <성박격장>이란 말도 있다. 박씨 사건으로 장씨 사건을 묻는다, 연차를 연발로 터뜨려 자연스럽게 자연을 잊게 한다는 말이다.

 

 

바보나라라 해서 영 자랑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보들은 유구한 역사와 순수혈통에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역사가 길다 보니 짧은 역사는 우습게 아는 배포를 보여준다. 유구한 역사는 소중하지만 나라를 팔아먹든 갖다 바치든 100년 정도의 짧은 역사는 이판이든 사판이든 개의치 않는다. 순수혈통은 자랑하지만 인간의 순수성과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순수성은 대범하게 외면한다. 오히려 바보들은 순수란 말 자체를 바보란 말과 동의어로 받아들인다.

또한 바보들은 공과 사를 분명히 할 줄 안다는 현명함을 장점으로 갖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이유들로 사람이 잡혀가고 어이없는 일로 사람이 죽어나가도 그것은 공공의 일이니까 바보들은 의연히 외면할 줄 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자식이 되고 형제자매가 되면 천지가 뒤집어질 만큼 분개할 줄도 안다.

 

 

 

바보나라의 교육

바보나라에 바보를 유혹하는 2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회전의자요, 또 하나는 교육이다. 바보들은 회전의자에 앉은 바보들을 무조건 경외한다. 자신들이 못 올라간 회전의자를 자신의 자식들은 교육을 통해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오직 회전의자가 교육의 목표가 된 것도 바보나라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인데 이는 바보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엉뚱한 기대심리가 낳은 부작용이기도 하다. 바보들의 나라는 아무리 더럽게 살아도 손에 펜을 잡고 회전의자에 앉아 있으면 대접을 받는다. 반면에 아무리 깨끗하게 살아도 손에 기름칠을 하고 흙칠을 하고 살면 사람으로 대접받기 힘들다. 바보들의 나라에서 노동이란 삶을 실패한 자가 어쩔 수 없이 껴안아야 하는 숙제일 뿐이다. 따라서 바보부모들이 지향하는 교육의 유일한 목표는 노동의 길을 피하는 것이다. 힘을 기르되 남들에게 큰 소리 치는 힘이요, 남들 위에 군림하는 힘이다. 망치를 잡고 세상을 건설하는 힘이 아니다. 삐뚠 세상을 바로 세우는 힘이 아니다. 

 

바보들은 자신들이 바보인 줄은 모르고 자신의 자식들은 전부 천재인 줄로만 안다. 바보나라의 자식 가진 부모들이 안개 낀 밤 음주귀가시에 도깨비의 존재는 믿어도 절대로 믿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자식이 공부를 못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바보들은 그들의 자식들을 결코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바보로 만들기 위해 바보교육에 열을 올린다. 바보들은 자신들의 스케줄에 맞춰 그들 자식들을 교육이란 이름의 울타리에 집어 넣는다. 이 울타리 속에는 그들이 쳐다볼 수 있는 꽃도 구름도 하늘도 없고 뛰어 놀 수 있는 땅도 없다. 오직 책상밖에 없다. 바로 이 울타리 속에서 책만 쳐다보고 세상은 볼 줄 모르는 바보, 암기만 있고 창의는 없는 바보, 자신만 있고 이웃은 없는 바보, 어느 게 정의인지 불의인지는 몰라도 어느 게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아는 바보, 세상 이치가 옳은지 그른지는 몰라도 시험지 속에 답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귀신같이 아는 바보, 인간의 길은 잃어버려도 수학공식의 길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가는 바보들이 대거 탄생한다. 이윽고 이들이 자라 바보공부를 착실히 수행한 일부는 위정자가 되고 지도자가 된다. 바보공부에 쳐진 다수는 오직 성적순으로만 결정되는 바보나라의 계급원리를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이리하여 바보나라의 전통은 대를 이어 굳건하게 이어진다.  

믿었던 원로들은 항심을 잃어버리고 바른 세상을 가리키는 지팡이를 곧잘 잃어버려 갈팡질팡 갈짓자의 길을 간다. 늙은 바보들은 굴종과 억압의 시대를 복사꽃 피는 무릉도원으로 향수하고, 젊은 바보들은 나침반 없는 세상의 흔들림에 방황만 깊고 분노할 줄 모른다. 아이들이 읽는 책 속엔 논리와 영어가 꽃과 달과 별을 대신하는 바람에 어린 바보들은 동심마저 잃어버렸다.

 

 

바보나라의 행복의 조건

바보나라의 행복지수는 골밀도와 반비례한다. 골이 빌수록 행복하고 골이 찰수록 불행하다. 대개는 바보일수록 인기가 높고 바보일수록 승진이 빠르고 바보일수록 편하게 산다. 이 바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대개가 공부를 많이 한 바보들이어서 자신이 바보란 사실을 절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배운 바보다 보니 누가 너 바보다 하면 1초 내에 바로 발끈 열을 받는다. 이 바보나라에 궁극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에는 어려운 학문도 많지만 <배운 바보>를 교화시키는 학문만큼 어려운 과목도 잘 없다. 우선 배운 바보들은 이미 세상진리를 다 안다고 믿기 때문에 누가 자신을 가르치는 행위 자체를 거부한다. 뭘 모르는 게 바보고유의 의무요, 권한이기 때문에 이 바보들은 모르면서 모른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모르면서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자녀교육열과 상반된 매우 게으른 학구열을 갖고 있다.

 

이런 전차로 바보들의 나라에서 맨 정신을 가진 사람이 행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 기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현재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다. 맨 정신 소유자가 기꺼이 바보대열에 합류해서 잠시 잠깐 유일하게 행복해지기는 비결이 하나 있긴 있는데 그건 스스로 정신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바보나라엔 맨 정신을 잃게 하는 각종 오락이 매우 발달해있다. 천지가 술집이고 사방이 노래방이다. 천지사방이 맨 정신을 깜빡깜빡 죽여주는 네온의 밤거리다. 사흘에 한 번은 내가 미쳤는지 눈 앞에 저 자가 미쳤는지 세상이 미쳤는지 내 생각이 미쳤는지 헷갈림의 경지에 이르니 취하지 않을 수가 없고 노래인지 고함인지를 내지르지 않을 수가 없다.

잊자 잊자 오늘만은 맨정신을 버리자. 울지 말고 그래 그렇게

다 함께 바바바. 보보보.

 

바보나라 행복의 원리는 <쓰레기통 비우기 원리>와 같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바보들의 머리통 자체를 쓰레기통이라 생각하면 이 원리는 쉽게 이해가 된다. 쓰레기통은 가벼울수록 쾌하다. 찰수록 기분이 더러워진다. 도덕이니 양심이니 이웃사랑이니 참교육이니 민주주의니 하는 것들, 이런 값나가는 것들은 애초에 쓰레기통에 담지를 마라. 쓰레기통의 행복은 끊임없이 비워나가는 데서 온다. 바보나라의 행복 역시 끊임없이 비워 나가는 데 있다.

1- 보지 말고 듣지 말라

2- 그래도 보이거든 생각하지 마라

3- 그래도 생각나거든 마셔라.

4- 마셔도 정신이 남아 있거든 2 3 4차로 정신을 놓아버릴 때까지 마셔라.

 

가끔씩 정신은 잃더라도 바보나라에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선 를 잘 다스려야 한다. 바보나라엔 기가 막히는 대통령, 기가 차는 국회의원, 기가 막히는 신문, 기가 차는 방송, 기가 막히는 검찰과 경찰, 기가 차는 용역과 전역, 기가 막히는 학교와 기가 차는 교육, 기가 막히는 인물과 기가 차는 사건 등이 기가 넘치도록 기가 질리도록 천지사방에 널려 있기 때문에 시간만 나면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단전에다 기를 모아 늘 기가 차지 않도록 기가 막히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면서 아무쪼록 기를 잘 다스려야 오래 산다.

 

믿기 어렵겠지만 세상에는 이런 학교가 있고 이런 어른들이 있고 이런 대통령이 있고 이런 검찰이 있고 이런 경찰이 있고 이런 교회가 있고 이런 기도가 있고 이런 기억력이 있고 이런 오락이 있고 이런 신파가 있고 이런 눈물이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세상에는 이런 바보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세상에는 이런 바보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그래 그래 이 바보들아

옥에 티 좀 섞였다고 옥을 티로 보는 바보들아

 

머저리들아 머저리들아

군계 속에 일학을 보냈더니 생긴 모양 다르다고 왕따로 몰아 죽여버리는 바보들아

 

등신들아 등신들아

낯빤대기 하얀 밀가루 뒤집어썼다고 제 어미 잡아먹은 호랑이도 몰라보는 등신들아

 

이 바보들아

이 머저리들아

이 등신들아.

 

이제,

내게 바보들을 향해 던질 충고의 말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마지막으로 참으로 착한 한 바보가 남긴 이 한 마디의 말로 내 얘기를 끝내고자 한다. 나도 바보 축에 속해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대충 이런 요지다.

<MB나라 최후의 보루는 자빠져 자불고 있는 시민의 텅 빈 머리통 속에 있다>

 

이 말이 너무 길어 바보머리로 도저히 외우기 힘들면 다른 한 큰 바보가 남긴 짧은 이 말이라도 기억하라. 정확하게 옮기기는 힘들지만 대충 이런 요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MB나라를 위해 행동하는 양아치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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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hantoma.hani.co.kr/board/view.html?board_id=ht_society:001016&uid=79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