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종시 수정론의 오류 / 조명래 | |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원안대로 가느냐 마느냐가 쟁점인 듯하지만, 실상은 수도 이전을 둘러싼 5년 전 갈등의 재연이다. 당시 반대했던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서, ‘합의한 세종시’를 수도이전 반대 논리의 연장선에서 뒤엎고 있다. 사실상의 세종시 반대론인 ‘수정론’은 고도의 정파성을 띤 채 원안보다 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첫째, 과도한 정치화의 오류다. 수정론자들은 세종시가 ‘정치적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그들 식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 세종시의 실효성을 빌미로 삼지만 속내는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수도 이전을 막고 싶다’던 강한 정치적 해석이다. 과도한 정치화는 세종시를 객관적·중립적·역사적 눈으로 바라보는 걸 가로막는다. 둘째, 원점으로 되돌리는 오류다. 여야 합의 후 세종시는 공공정책으로서 조건을 갖추기 위한 많은 논의와 검토를 거쳤지만 수정론자들은 이 모든 과정이 마치 없었던 것으로 여긴다. 힘의 위치가 바뀌었다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 도의나 정책 합리성 측면에서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충청도 연관성에 관한 오류다. 수정론자들은 충청권과의 약속을 지키고 충청권 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도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 법에 의해 충청도에 설치되지만 세종시는 균형발전을 이끌어 미래세대에게 경쟁력 있는 국토를 남겨주기 위한 목적의 신도시다. 표 때문에 세종시가 추진되었다고 반대하면서 수정론자들은 그들 식으로 표를 계산해 세종시를 교묘히 바꾸고 있다. 넷째, 대안의 오류다. 수정론자들은 ‘행정중심’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기능의 복합도시(예, 교육과학도시)를 제안하고 있다. 세종시는 국가기관이 가지고 있는 역량·기능·자원을 이용해 수도권 일극 중심을 대신할 국토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민간부문의 자본력·혁신력·창의력을 이용해 거점 신도시를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델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모델의 신도시 건설을 수없이 해 왔지만 국토 균형발전에 별 실효성이 없었다. 수정론자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명분으로 실효성이 없는 대안도시를 제시하고 있다. 다섯째, 자족성에 관한 오류다. 원안추진 반대 논거의 하나는 정부 부처만 가면 유령도시가 된다는 자족성 결핍 문제다. 그러나 세종시 도시계획 수립 시 최대의 역점은 자족성 확보였다. ‘중앙행정’, ‘문화·국제교류’, ‘도시행정’, ‘대학·연구’, ‘의료·복지’, ‘첨단지식기반’ 등 6개 도시기능을 담는 6개 특화구역의 조성은 전적으로 자족성을 위한 것이다. 목표 인구를 50만으로 잡고 2030년까지 단계별로 추진하는 것도 자족성을 위한 것이다. 국가기관 이전과 세종시 특별법 제정은 국토 거점용 자족 신도시를 만들기 위한 ‘특별한’ 수단이자 장치다. 따라서 행정중심을 배제하자는 것은 자족성을 결여한 또다른 신도시를 만들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여섯째, 행정 효율성에 관한 오류다. 수정론자들은 세종시까지 생기면 정부기관이 4군데로 나누어져 행정 비효율성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세종시 건설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서울 중심 사고의 관성적 반영일 뿐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많은 민간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서울 중심의 관행 때문에 분산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행정 효율성을 구실로 행정기관의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기실 서울 중심의 통치구조가 가지는 국가행정의 심각한 비효율성을 방치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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