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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조선일보도 망했다

조선일보도 망했다
(서프라이즈 / 거다란 / 2010-03-03)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에 대해 비판하면 정치적이라고 응수한다. 정책에 대해 반대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비난한다. 이렇게 말머리를 잘라버리는 자들 앞에서 말은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정권 초기 "손석희는 망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언어가 힘을 잃은 시대를 상징한 이 표현이 현실적인 예언력도 어느 정도 발휘했다. 얼마후 손석희는 그의 대표프로그램인 백분토론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손석희의 프로그램도 예전의 활력을 잃고 몇몇 정치인의 말을 중계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말이 죽어버린 시대에 손석희 하나 망하는 걸로 끝이 아니다. 말로 벌어먹고 사는 언론인과 언론기업들이 계속해서 망하기 시작했다. 정관용씨가 kbs토론 진행을 그만두었고 유창선씨도 방송에서 자리를 잃었다. 새로운 사장을 맞이한 kbs엔 비판보도가 사라졌고 그나마 저항하던 ytn은 점점 비판의 수위가 낮아져갔다. 그리고 현재 mbc가 kbs의 전철을 밟기 일보직전에 놓여있다. 아예 말이 씨도 안먹히는 진보언론은 어렵던 형편이 더 어려워지면서 경영난 위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언론과 방송이 초토화 되었다. 이제 다 망한 걸까? 미안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언론이 죽은 시대에 '망했다' 도미노는 이제 보수언론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타자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가 새해들어 세종시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세종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기사를 쓰더니 급기야 1월28일엔 장문의 사설로 세종시 수정 포기를 요구했다. 조선일보의 사설에 친박계는 환호성을 올렸다. 이제 조선일보도 힘을 실었으니 이명박 정권이 박근혜 전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에게 민망한 일이 생겨버렸다. 이명박 정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엔 국민투표까지 얘기하며 세종시를 더 밀어부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진보언론의 말을 씹은 이명박 정권이 이제 조선일보의 말도 씹어먹은 것이다. 

아마 조선일보는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모두들 조선일보의 힘을 기대했지만 정작 조선일보가 휘두른 칼엔 아무도 상처입지 않았다. 그들의 말이 정권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힘을 실어줬던 쪽을 압박하는 상황을 불러오고 있다. 조선일보 한마디가 정권에 대한 지령이었던 시대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건 놀라운 일이다.  

사실 이게 바로 조선일보의 진짜 실력이다. 조선일보는 자신의 위치를 잘 활용한 캐스팅보트 수준의 권력이었다. 캐스팅보트는 모든 참여자가 각자 역할을 하고 활발히 움직일 때 권력을 최대화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언론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동아는 정권과 완전히 밀착했고 중앙은 삼성이라는 관계에 제한되어 있다. 방송은 권력에 장악당하거나 눈치를 보고 있다. 진보언론의 비판은 mb정권에 아예 씨도 안먹히는데다 극심한 경영난으로 활기도 잃었다. 각 지점의 언론들이 제 역할을 하지못하고 헛도는 상황에서 조선일보의 톱니가 연결점을 찾지 못한다. 이러니 조선일보의 캐스팅보트 권력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선이 망하고나면 이어서 다른 언론들도 망하기 시작할 것이다. 조선이 힘을 잃었다는 것은 동아와 중앙에 기회가 아니라 언론권력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진보언론과는 단절하고 방송은 장악하고 보수언론을 각개격파하면서 권력은 결국 모든 언론을 식물언론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이후부터 언론은 권력의 손가락을 보고 움직여야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조선일보는 kbs와 mbc가 죽으면 자신들 세상이 올줄 알았을 것이다. 공산주의자가 죽으면 사회주의자  세상이 오고 사회주의자가 죽으면 자유주의자 세상이 오던가. 그렇게 가면 결국은 권력자의 세상이 올뿐이다. mbc마저 죽으면 이젠 조중동 차례일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조중동까지 당하는 거까지만 봤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뭘 해도 그 다음에 했으면 싶다.    

* 이제야 조선일보가 위치를 잡아보려고 하는 것 같다. 조선일보가 약먹었냐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그런데 과연 그게 잘 될까?
 

(cL) 거다란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17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