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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검찰과 조선일보의 ‘한명숙 죽이기 시즌 3’

검찰과 조선일보의 ‘한명숙 죽이기 시즌 3’
(서프라이즈 / 흑수돌 / 2010-12-30)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희선(67) 전 민주당 의원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인사드린다”며 전 사무국장인 이모씨에게서 1000만 원을 받아 갔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이 돈은 서울 동대문구 출마자 등으로부터 사무실 운영비 등 명목으로 5000만 원 이상의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김 전 의원의 혐의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돈이다.

2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강을환) 심리로 열린 김 전 의원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씨는 “(지난 4월) 김 전 의원의 사무국장 최모(68)씨가 ‘김 전 의원이 한 전 총리를 만나 인사를 해야 하는데 1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해 증인이 교부했다는데 맞느냐”는 변호인 신문에 “맞다”고 대답했다. 이씨는 “증인은 당시 한명숙이 금품수수와 관련해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신문에는 “그 시점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늘자 조선일보 기사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은 [단독 특종]이라며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곽영욱 사건 무죄가 확정되었고, 한만호 사건도 무죄가 확실시되고 있는데 그동안 그만큼 비열한 언론플레이를 했으면 이제 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하는데…. 마치 또 하나의 검찰 별건 수사를 예고라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여기서도 곽영욱-한만호와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한명숙 전 총리에게 1000만 원을 줬다”는 것이 아니라 “한명숙 전 총리를 만나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1000만 원을 줬다”는 거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이건 엄연히 다르다. 왜냐하면 법원이 증인 이모씨에게 ‘한명숙’이라는 이름을 콕 집어서 물어봤다는 건 그와 관련된 진술이 김희선 전 의원을 통해 먼저 나왔다는 것이고, 이를 재차 확인하기 위해 이모씨에게 신문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키포인트는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김희선에게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결국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곽영욱과 마찬가지로 김희선 또한 지난 10월 구속 수감된 상황이다. 근데 정말 비열한 게 “한명숙 전 총리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과 “1000만 원을 줬다”는 것을 교묘하게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의원이 전직 총리에게 인사를 한다는 것 자체는 나쁠 게 없고 자연스럽다. 케익 하나를 사 들고 가도 인사하는 거고, 선물세트 한 상자 들고가도 인사하는 거다.

그런데 인사하는 것과 돈 준 것을 연결시킴으로써 마치 한 전 총리가 김 전 의원에게 금품을 요구한 것과 같은 뉘앙스를 주고 있다. 근데 이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전직 의원과 그를 모셨던 전직 사무국장 사이에는 주종관계가 형성이 된다. 그런데 의원이 사무국장에게 돈을 마련하라고 하면서 그 돈의 용처를 밝혔다? ㅎㅎ 한국정치에선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1000만 원이면 돈을 주는 놈의 정치생명도 끝나고 돈을 받는 놈의 정치생명도 끝나는데 그러한 결정적 약점을 잡을 기회를 자기 부하에게 준다? 그랬으면 김희선 뺏지 근처에도 못 갔다.

결국 이번 조선일보 기사의 본질은 한명숙에 대한 흠집내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혹 김희선이 사무국장으로부터 한명숙 총리에게 인사할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한 전 총리에게 건너갔다는 건 법률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독 특종이라고 떠드는 것은 곽영욱과 한만호 증언 때문에 수렁에 빠진 검찰을 구하기 위한 조선일보의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정말 나쁜 놈들이다.

더욱 웃긴 것은 김희선에게 1000만 원을 줬다는 시기다. 4월이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상황이었고 당시에 곽영욱 사건 또한 재판이 진행 중이던 때다. 그런 상황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아메바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그 돈을 받았겠는가? 그 상황에서 혹 김희선이 1000만 원을 진짜로 갖고 왔다면 아마도 뺨을 매우 세게 맞았을 것이다. 유력 후보인데다 재판도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감시의 눈이 심했을 텐데 아무 생각 없이 돈을 갖고 오고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받았다? 정말 유치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돈을 건넨 시점이 한명숙 전 총리가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 “그 시점인지 모르겠다”?… 아니, 일반 국민들도 당시 한 전 총리 재판에 대해 다 알고 있었는데 정치판에 뛰어들었고 더욱이 김희선이 스스럼없이 돈을 만들라고 하면 만들어서 주는 핵심 참모가 당시 민주당 유력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명숙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건 유치원생이 보더라도 ‘봉숭아 학당’ 수준의 인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질문과 대답이 오갔을까? 만일 재판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 줬다면 그것은 순수한 정치 뇌물이라기보다는 계산된 함정 혹은 독배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 냄새를 지우기 위해 이런 문답 과정을 끼워넣게 된 거다.

이런 허접한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는 검찰도 정말 딱하지만 이를 단독 특종이라며 의기양양하게 보도하는 조선일보도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앞으로 사법고시와 조선일보 입사시험에 반드시 I.Q 시험을 추가해야 할 듯하다.


P.S. 좃선아, 니들이 특종 한 건 다른 언론사들이 해당 내용이 말 같지 않아서 개무시했기 때문이란다. (매일경제만 마지못해 조선일보 인용해서 보도했다. 왜? 종편 선정 건 때문에 정부 눈치 봐야 하거든.) 국격 떠들기 전에 제발 언론의 수준과 품격부터 먼저 갖추면 안 되겠냐?

 

흑수돌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2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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