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뱃속 아이의 미래를 위해… 엄마의 실천
(블로그 ‘미디어몽구’ / 몽구 / 2010-05-11)
곧 태어날 아이에게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만삭의 몸으로 홍대거리 한복판에 나온 35세의 젊은 주부가 있었습니다. 볼록 튀어나온 배에 ‘vote’라는 보디페인팅을 하고 홍대를 찾는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자 피켓을 들고 한 시간 동안 “6월 2일 투표하자”는 캠페인을 펼쳤던 이연희님.
먼저, 이연희님께서 왜 만삭의 몸으로 홍대거리로 나오게 됐는지 직접 쓴 글이랍니다.
‘더 이상 한국에 살고 싶지 않다’라고 중얼거리며 한국을 떠났던 게 불과 3년 전입니다. 떠날 때 이기적이었듯이, 다시 돌아온 것도 순전히 개인 사정 때문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그분에게… 또,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나는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진정한 자유는, 만인이 평등한 사회는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팔짱을 끼고 불평을 늘어놓는 것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작은 목소리라도 속으로 웅얼거리지 말고… 이 소리가 과연 들리기나 할까? 의구심이 들더라도 끝까지 표현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작은 소리가 모이면 큰 울림이 됩니다. 그리고 그 울림이 언젠가는 세상을 바꿉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선거에 참여해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5월 30일이 출산 예정일이라… 6월 2일에는 병원에 입원 중일 텐데 과연 투표장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사실 걱정입니다. 기어서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한가지, 지난날 (3월 31일 자) 경향신문 오피니언란에, 투명사회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님이 쓴 시론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주인이다’를 읽으며 떠오른 아이디어입니다. 만삭에 임산부라서, 집에 드러누워 있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조금 바꾸어, ‘내가 임산부라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라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흉물스럽고 어찌 보면 자랑스러울 수 있는… 내 아이가 숨 쉬고 있는 만삭의 배에 ‘vote for the future’ 또는 ‘미래를 위한 선거, 6월 2일’이라는 문구를 그려넣고, 길거리를 돌아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염없이 부풀어 오른 배와 살집, 튼 살이 매우 부끄러울 테지만… 용기를 내 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곧 ‘더 이상 도망갈 궁리만 하지 말자. 아이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엄마도 뭔가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자. 뱃살을 보이는 것보다 부끄러운 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거다’라는 제 작은 의지의 기록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죠. 곧 태어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엄마는 큰 용기를 냈던 것입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투표하겠다 약속한 젊은이들이 많았고,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모두가 한 번쯤은 발길을 멈추고 연희님을 폰카로 사진 찍거나, 박수를 쳐주기도 했어요.
남편도 함께 나와 “결심을 행동으로 보이고 실천하는 와이프가 대단하고, 감동스럽다” 말하더군요. 자기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든 것에 무심한 젊은이들이 많죠… ‘내 일도 아닌데…’ ‘나 하나쯤이야…’ 하는…. 훗날, 엄마는 뱃속 아이에게 이날의 이야기를 전해주며 얼마 뿌듯해할까요.
촬영하는 저도 뿌듯하고,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는데… 이런 현실이 씁쓸하긴 하지만요. 엄마의 작은 실천이 6월 2일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순산하시길 바라고… 그 어떤 연예인들의 투표 독려보다 더 빛이 난다는… ^^
몽구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4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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