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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명숙 사건을 보니 대한민국에 살기가 겁난다

한명숙 사건을 보니 대한민국에 살기가 겁난다
(한토마 / 노루아범 / 2009-12-24)


국무총리를 지낸 야당의 유력 인사를 정치 사회적으로 매장 해 버리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피의자로 확정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 미결수 자격의 한 인사가 청탁을 목적으로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 하나로 충분한 사회가 우리나라인 것 같다.

그런 진술이 있으면 검찰은 두말없이 돈 받았다는 사람을 소환하여 수사 할 수 있고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기소를 할 수 있다 하니 참으로 대한민국에 살기가 겁난다.

받았다는 물증 같은 것도 필요 없고, 절대로 돈 안 받았다는 말도 필요 없고, 정황과 심증만으로 재판을 요구할 수 있다 하니 그런 사회에 어찌 마음 놓고 살 수 있다는 말인가?

말하기 좋다고 재판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고, 죄의 유무를 그때 가서 밝히면 될 거 아니냐는 남 말 하듯 하는데, 그런 것 하나만 가지고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의 절반은 한명숙을 죄인처럼 여기며 지탄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재판 결과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은 그런 제보나 증언이 있으면 비밀리에 수사를 하여 증거를 확보하고 그런 다음에 피의자를 심문 조사하여 기소를 하여야 한다.

확실한 물적 증거도 없이 한 사람의 그것도 범죄자의 증언 하나만 믿고 그것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여론몰이식 언론 재판을 하고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죄로 기소를 한다면, 설령 그로 인하여 유죄가 된다 하여도 모든 국민을 납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여러 정권에서 그 같은 무참하고 더러운 짓을 수도 없이 해왔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로 인하여 많은 죄 없는 사람이 사형을 받기도 하였고 처형되었고 죄 없는 사람이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혹자는 말한다. 그런 모든 것은 독재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고 그것은 독재정권이 나쁜 것이라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제 어디서든 그것은 법을 가장한 사법 행위였고 거기에는 검찰이 주가 되고 법원이 주가 되는 동조 내지는 방조로 인하여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일어난 수많은 사법 살인과 수많은 징역이 과연 검찰과 법원이 잘못이 없는가? 후세에 그러한 잘못이 밝혀져 엄청난 국가 배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배상은 누가 누구의 돈으로 하고 있는가?

나는 한명숙의 뇌물 수수에 대하여 그 유무를 논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받았을 수도 있고 안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는데 피의자를 보호하고 그 비밀을 지켜주며 인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철저함을 기하여야 한다는 말이고 반드시 물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 사람의 말만 듣고 그 말을 유일한 증거로 하여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기소를 하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 되는 것이고, 이는 마치 엄혹한 공산독재식 무고와 밀고가 판치는 더럽고 잔혹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있어서 재판에 계류되는 것은 죄의 유무를 떠난 일이다. 1년 혹은 그 이상 되는 세월 속에 각가지 루머와 수많은 사람의 눈총과 물적 정신적 피해와 가족과 친지들의 고난과 그 모든 것이 무죄가 되었다 해서 해소가 될 것인가? 보통 사람의 경우 재판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패가망신이 되는 것이 이 사회의 현실이다.
 
이번 한명숙 사건에서 보듯 물적 증거 없이 한 범죄자의 증언 하나만으로 전직 국무총리를 잡아 기소를 할 수 있는 우리 사회가 끔찍하다. 무섭다.

만에 하나 증언자가 마음이 변해서 말을 바꾼다면 검찰은 어찌 할 텐가? 검찰은 검찰총장 이하 중앙지검장 및 담당 검사들은 옷을 벗고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는가?
 
나는 제안을 한다.

검찰이, 수사 잘못으로 인하여 기소된 사람이 무죄가 되면 담당 검사는 반드시 옷을 벗고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검사나 판사는 법을 배울 때 처음 접하는 말이 있다.

“열 사람의 도둑을 놓치는 일이 있어도 무고한 한 사람을 잡지 마라.”

 

(cL) 노루아범


출처 : http://hantoma.hani.co.kr/board/view.html?board_id=ht_society:001016&uid=81009




※ 본 글에는 함께 생각해보고싶은 내용을 참고삼아 인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론, 학문' 활동의 자유는 헌법 21조와 22조로 보장되고 있으며, '언론, 학문, 토론' 등 공익적 목적에 적합한 공연과 자료활용은 저작권법상으로도 보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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