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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한국 기자들, 단순 월급쟁이라면 비참해 지겠지

한국 기자들, 단순 월급쟁이라면 비참해 지겠지
기자들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얘기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11-18)


언론이 권력이 아니라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어떤 권력보다도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힘을 가진 권력이 언론이라는 것은 상식이고 자네도 기자 시작하면서 기자가 가진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 누가 뭐라고 해도 언론은 권력이고 기자는 권력자네. 특히 정치권력과 눈이 맞으면 대단하지. 아니라면 기자 할 재미 없을 거네.

논리를 펴가며 언론을 말할 필요는 없네. 그저 상식적으로 우리가 늘 가슴속에 넣고 있던 문제를 들어 내놓고 한 번 떠들어 보자는 것이라네. 언론을 대 놓고 비판하는데 겁먹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도 겁이 난다네.

어떤가. 자네의 요즘 기사를 보니 속이 많이 상했을 것 같더군. G20 찬양기사 말이네. 자네 생각대로 쓴 기사인가. 그렇다면 자넨 갈 데까지 간 거네. 누가 제정신으로 그런 기사를 쓰겠나. 누가 시켰는지는 말 못하겠지.

자네가 월급 받는 방송이 권력의 시녀로 타락한 지는 오래지. G20에 3300분이나 썼다니 흥청망청 물 쓰듯 전파를 썼구만. G20은 경제규모가 좀 큰 나라끼리 6개월마다 돌아가며 여는 정책 조율회의에 불과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구속력도 없어.

그걸 경제효과가 450조나 된다고 허황한 선전을 하니 세계가 웃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을 이렇게 바보로 만들고 길 걸어 다닐 수 있던가. 거기다가 해설자나 리포트 하는 기자들의 근엄한 표정이라니. 민망했네.

한국 여학생이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가 외국 언론에 나왔는데 북한방송인 줄 알았다네. 그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보도야. 창피해.

그 선봉에 선 것이 누군지 아나. 자네 회사야. 아니 모든 언론이네. 구렁이 제 몸 추스르듯 하는 엉터리 자화자찬이 국격을 떨어트리는 데 얼마나 기막힌 공헌을 하는지를 이번 서울 G20은 보여줬고 선봉에 선 것이 언론이네.

머리와 가슴은 없고 소화기능만 튼튼한 철밥통 KBS를 비롯해서 양심이 썩는 냄새를 맡지 못하는 이 나라 기자들이 각성하지 못하는 한 이 나라의 미래는 절망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는가.


훌쩍 뒷걸음질친 한국의 언론자유

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길을 잃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 못하겠지.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특히 정치적 민주주의는 너무 멀리 쫓겨나서 보이지도 않네. 자네도 그런 것을 느끼겠지. 자네가 한때 언론자유를 위해 노조에서 투쟁하며 민주광장에서 농성을 하던 모습이 선하네.

어떤가. 자넨 그 광장을 지금도 지나다니겠지. 감회가 없는가. 있으면 뭘 하겠는가. 오히려 그 기억조차 귀찮은 존재가 되어 버렸을 텐데. 그땐 투쟁이 있었기에 기자 정신이 살아 있었고 희망이 보였네. 지금 희망이 보이는가. 투지는 있는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자네 같은 생각이 모든 기자들을 가슴을 채우고 있네. 무개념 인간이라고 하던가.

자네가 내게 한 얘기를 살려 내 볼까.

“가만히 있으면 편합니다. 월급 넉넉히 나오죠. 짤릴 염려 없죠. 밖에 나가면 높은 인간들한테 대우받죠. 언론자유가 밥 먹여줍니까. 열심히 쫓아다니려면 힘만 들어요. 가만히 있어도 보도자료 얼마든지 있습니다. 주는 대로 베끼면 말썽 없고 칭찬 듣고 얼마나 좋습니까. 저만 야단치지 마십시오. 다들 그렇게 삽니다. 전종철이 되고 싶은 놈이 어디 하나 둘인지 아십니까. 영웅 됐습니다. 그래야 출세한다는 생각이 꽉 찼습니다. 저도 용기없어 못합니다.”

이명박 정권에서 부당하게 쫓겨난 정연주의 글을 보면 참 기자들의 노는 꼴이 가관이네. 기자라는 이름이 너무나 아까워 눈물이 나네. 저러려고 좋은 머리 아프게 동여매고 언론고시 밤새웠나. 개 꼬리 3년 묻어놔도 황모 안 된다고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어영부영 기어들어 온 인간들이 더욱더 언론에 먹칠을 하네.

지금 차관자리에 앉아 있는 기자 출신 인간 알지. 그 인간 얼마나 치사하게 살았는지는 정연주의 글에 나와 있네. 이명박 정권이 끝나면 어떻게 변신을 할는지 매우 궁금하지. 대충 짐작은 가네. 외국으로 나르겠지. 그런 인간들이 어디 하나 둘이겠나. 할 말 많지만 글이 더러워질 것 같아 접네. 비단 언론계뿐이 아니겠지만 특히 언론과 기자들을 문제 삼는 것은 이들이 영향력을 엄청 행사하고 그게 세상을 지배한다는 사실 때문이네.

조선일보가 보도했다는 검찰의 노무현 대통령 수사 기사는 초등학교 수준의 판단만 하는 인간이라면 그냥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겠지. 그러나 이런 걸레만도 못한 기사를 국민들이 읽으면 기막힌 일이 벌어지네. 그걸 걸레들은 영향력이라고 생각하고 마치 제왕이라고 된 듯이 거들먹거리는 것이네. 자네 역시 그런 인간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뒤통수에 송곳이 꼬치는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한 기자들이 영향력이라는 무기를 들고 힘주고 사는 한 이 나라의 희망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자네도 이 나라의 국민이네.

대검 중수부장을 했다는 이인규가 마구 입을 놀리고 있네. 차명계좌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다는 지극히 비 검사적인 발언을 한 이인규는 사람 같지도 않은 박연차가 박지원과 우윤근한테 거액의 달러를 줬다는 진술을 했다고 떠벌렸네. 이게 전직 중수부장을 했다는 사람의 말인가.

검사 재직 중에 안 정보를 맘대로 떠벌릴 수 있는가.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그렇게 맘대로 떠든다면 어느 인간인들 이인규 입 앞에서 온전할 수 있는가. 이인규가 찍었다면 다음 날 조중동을 통해 대서특필 되고 사망선고를 당하는 것이네. 그러나 바로 이런 이인규가 법을 어긴 사실을 지적한 기자는 누가 있는가.


민주주의의 3적

아무 비판도 없이 기사를 쓰고 이게 크게 보도되면 우쭐대고 이게 세상을 끓게 하고 국민을 오도하고 그래서 기자는 검찰과 더불어 세상의 상식을 파괴하는 주범들이라고 하는 것이네. 거기에 하나 더 국회의원을 추가해서 3적이라고 하는 것이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독재를 공고히 해 준 들러리가 언론이네. 기개 있는 기자들은 거리로 쫓겨나고 쓰레기들만 남았네. 그들은 정부가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면 노래를 불렀네.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노래를 불렀지. 바로 독재 찬양가라네.

장관을 하고 국영기업체 장을 하고 온 나라를 썩은 냄새로 진동하게 만든 주범들이 바로 언론인 출신이네. 사회정의는 개의 입으로 들어갔네.

이미 몇 번이고 주장을 했지만 반민주언론인 처벌법이 필요한 것은 그만큼 언론이 저지른 해악이 크기 때문이고 이들이 바로 사회정의는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사치라는 인식을 젊은이들에게 심어 주었기에 오늘의 세상이 이 꼴이 되어버렸네.

제2차 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서는 나치에 협력한 538개의 언론사가 기소되고 115개사는 유죄를 선고받고 재산을 몰수당했지. 우리 같으면 어느 언론사가 해당될까.

<1944년 11월 9일 새벽. 프랑스의 몽패르의 처형장에서 프랑스의 한 언론인이 총살당했네. 나치협력 언론의 앞장섰던 54세의 ‘쉬아레즈’는 총살형으로 반역언론인의 삶을 마감했다.>

‘쉬아레즈’는 프랑스 일간지 ‘오늘’의 정치부장이었지. 부정한 정치권력의 앞잡이 정치부장. 막강한 권력이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제일 먼저 정치권력의 등에 올라탄 것이 정치부 출신들이 아닌가. 이동관 신제민도 정치부 출신이고 최시중도 마찬가지네. 김인규 김재철 등 오늘의 언론을 장악한 주연배우도 정치부 출신이었네.

‘최문순 ㅈ만한 새끼 나오라고 그래’

KBS 정치부의 야당반장을 한다는 전종철은 이 시대의 영웅이 되었네. 상식적 기자의 탈을 벗어던진 그 만용을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가. 정치권력에 기생해 뭔가 얻어걸릴 게 없는가 하고 침 흘리는 전형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네. 앞으로도 제2의 전종철 제3의 전종철이 출현하겠지.

지금도 기를 쓰고 벼슬자리에 목을 늘어트리고 기다리는 기자 출신 해바라기들이 부지기수네. 때 묻은 기자들이 정치부에 가기 위해 얼마나 비지땀을 흘리는지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같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조롱의 대상이지.

나치 협력 언론인을 처형한 뒤 시간이 흐르고 드골은 이렇게 회상했지.

‘언론인은 도덕의 상징이기 때문에 첫 심판대에 올려 가차없이 처단했다. 절대로 용서하면 안 된다.’

맞는 말이 아닌가. 그토록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인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하네. 더구나 나라와 국민을 배신했다면 당연히 극형을 당해야 하네. 오래전 자네와 나눈 대화가 생각나네.

“기자들이 맘 놓고 타락하는 이유가 뭔가. 말하지. 정권이 바뀌어도 누가 대통령이 돼도 기자는 철밥통이라는 오만 때문이 아닌가. 어느 누가 어느 정권이 권력을 잡아도 기자가 필요할 것이고 언론 앞에서 매달리지 않는 권력자가 없다는 자만 때문이 아닌가.”

언론과 검찰과 정치꾼이 민주주의의 3대 공적임은 너무나 분명하네.

자네도 인정했지. 생각이 변했나. 변해야 되네. 변하지 않으면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네. 지금 자네 앞에서 고개 숙이는 사람들이 자네를 존경해서인 줄 아는가. 뒤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미 조중동은 머리에서 사라졌네. 신문과 인터넷 매체들 중에 열심히 노력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하네. 최악의 조건 속에서 뭔가 해 보려는 안간힘이 보일 때 눈물이 날 것 같다네.

자네와는 전에 많은 대화를 했지. 그때 자네는 상식의 기자였네. 왜곡 과장 허위 편파를 버리고 사실보도를 하려고 노력했네. 소신대로 기사를 쓰는 기자였네. 윗사람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싸우기도 했지. 따르는 후배도 많았고 아끼는 선배들도 많았네. 민주화 시절 10년 동안의 얘기네. 그런 자네가 지금 나의 이런 소리를 들을 정도로 변했네.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하신 말씀이 있네. 조중동을 제자리에 세워야 한다는 충언에 괜찮다고 했네. 이유는 하나. 자신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라고 했네. 세상이 달라졌으니까 조중동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네. 땅을 치며 후회를 한다네.

독재자 박정희가 한 말 중에 옳은 말이 있네. 이제 1·21 사태 때 청와대 습격한 김신조가 인권위원이 됐다던가. 그때 박정희는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조중동이 떠오를 때마다 그 말이 사라지지 않는다네.

악랄한 허위 과장 오보의 결과로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저질러 놓고도 참회를 모르는 파렴치에 대해 역사는 반드시 죄를 물을 것이네. 당연히 기자도 함께 말일세.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네.

언론은 특정 정당의 것도 특정 정파의 편도 특정인의 것도 아니고 언론과 기자는 어느 누구의 무기도 아니며, 정권의 도구는 더더욱 아니네.

언론도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고, 정부가 언론의 기능을 왜곡시키려 한다면 그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기자는 결단코 이를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네. 못하겠으면 기자를 그만둬야지.

얼굴이 떠오르네. 앞에서는 정론이다. 불의와 타협은 없다. 민주언론쟁취다. 입에 거품을 물던 기자네. 그런 자가 소신대로 기사를 쓸 수가 없으니 이해를 해 달라고 했네. 그러면서 못된 기사를 계속 썼네. 양심이 없는가. 있겠지. 있지만 양심대로 살지를 않겠지.

어젯밤 방송 여부로 말썽을 부리던 ‘추적60분’을 봤네. 그나마 방송이 된 것이 새로운 노조의 힘이었다면 참 다행일세. 이런저런 트집을 많이 잡았던 모양이더군. 그런데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발언은 하나도 없어. 사람 찾기가 힘들어서인가. 이런 건 기자들이 할 일이 아니고 기삿거리가 아닌가.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문제가 아닌가.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고 했네. 무슨 기사로 말했나. 왜곡된 기사로 말했는가. 허위 모략 기사로 말했는가. 스스로 고백해야지. 인간으로 불쌍하네. 그런 기자가 대한민국에는 너무나 많아. 자네가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네. 존경받던 옛날의 기자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가.

욕으로밖에 들릴 수 없는 내 말이 참담하겠지. 그러나 그 속에 자네가 옛날로 돌아왔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게나.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네.

양심대로 썼는가. 정말 양심대로 쓰는가. 양심대로 쓸 것인가.

 

2010년 11월 18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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