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민란’, 내일은 ‘성공한 시민혁명’” (오마이뉴스 / 김도균 / 2010-11-14)
“우리는 방관자가 아닙니다.” 116년 전 동학혁명군이 친일관군과 최대의 격전을 벌였던 우금치 고개에 다시 ‘민란군의 횃불이 활활 타올랐다. 13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교육대학교 운동장에서 전국에서 온 약 1천 명의 ‘민란군’이 모인 가운데 ‘우금치 다시 살아’ 콘서트가 펼쳐진 것. 이날 콘서트는 야권단일정당 창출을 위한 ‘백만 송이 국민의 명령 유쾌한 민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공주산성, 황새바위, 충남역사박물관 등에서 집결한 ‘민란군’들은 죽창 대신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공주교육대학까지 행진했다. 교통이 혼잡한 주말 오후여서 강원도와 부산 등 먼 곳에서 출발한 ‘민란군’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속속 입장했다. 기차놀이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흥겨운 축제처럼 진행됐다.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은 참가자들은 문성근 씨가 직접 부른 ‘유쾌한 민란가’에 맞춰 운동장을 빙빙 돌며 전의를 다졌다. “저마다 잘났다고 삽질할 텐가, 국민이 못난 거라 변명할 텐가.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가 없다. 새로운 민주정부 다시 세우자!”
운동장 한가운데는 참가자들이 전국에서 가지고 온 막걸리를 한데 섞어놓은 커다란 통에서 술잔이 연방 돌았고, 배고픈 민란군을 위해 운동장 한 켠에 설치된 ‘민란군 식량 보급소’에서는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바쁘게 어묵과 국수를 삶아내고 주먹밥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13일일까? 이날은 1894년 동학혁명군이 우금치에서 최대의 격전을 치른 날이고, 1970년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을 불사른 날이기도 하다. “전봉준에서 전태일로 이어져 왔지만 좌절되었던 역사를 다시 살리는 의미”라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당시 외세를 몰아내겠다는 애국심 하나로 봉기한 동학 농민군은 이곳 우금치에서 처절하게 쓰러져 갔다. 이기명 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은 “우금치 고개는 동학혁명 당시 일본군과 관군에 의해 동학군들이 몰살당한 역사적인 현장”이라며 “이곳을 선택한 것은 국민의 종합적인 압력을 통해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민란 프로젝트는 정치권이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을 국민의 힘을 통해 실현하기 위한 거대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0세기의 진보와 보수의 낡은 전선이 결과적으로 노무현을 쓰러뜨렸다”며 “정당정치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주권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민란’으로 집약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지사는 “‘민란이라는 말이 과격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치권의 기득권 질서에 대해 평범한 주권자들이 모여서 자신들이 간절히 염원하는 정치적 질서를 요구하는 것을 두고 ‘민란’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고 역설했다. ‘合必勝分必敗’(뭉치면 이기고 갈라지면 진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룽타’ 씨(강원도 춘천시)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권의 횡포에 분명한 경고를 하기 위해 참석했다”며 “오늘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로 많이 보였다. 초등학생 딸(12), 아들(11)을 데리고 행사에 참가한 김봉권(공주시 농민회장) 씨는 “평생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한번은 꼭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는 손 놓고 구경꾼 노릇만 할 수 없었다”고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오후 5시 30분 ‘민란군’은 풍물패를 앞세우고 약 2km 떨어진 우금치 전적지를 향해 행진했다. 우금치 마루에 설치된 가설무대에서는 극단 골목길, 마당극패 우금치, 노래를 찾는 사람들, 문성근과 유쾌한 합창단 등이 꾸민 공연이 2시간여 진행됐다. 행사의 총연출을 맡은 여균동 감독은 “이번 공연은 역사적으로 잊혀졌던 우금치라는 장소를 문화적으로 복원하고 죽은 역사를 되살려내는 시도가 될 것”이라며 “서사적인 형태의 입체극이 되도록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는 국민의 명령 2만 명 돌파 보고대회와 각 지역에서 활동할 ‘접주’ 150여 명이 횃불을 들고 행진하는 것으로 오후 9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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