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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고] 한국 경제 빚잔치, 얼마나 갈지 / 송기균

[기고] 한국 경제 빚잔치, 얼마나 갈지 / 송기균
한겨레
»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최근 주가상승은 시중자금의 과잉으로 인해 과열된 것이다.’

지난달 2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다. 올해 3월 이후 7개월 만에 70%나 폭등한 주가가 거품에 의한 것이라고 느끼는 일반인들의 체감지수는 통계수치로도 뒷받침된다.

시중자금을 나타내는 통계수치인 통화량이 광의의 통화(M2) 기준으로 2007년 11.2% 증가하더니 2008년에는 14.3%나 급증하였다. 2004년 4.6%, 2005년 6.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인 증가였다.

2007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하였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되었다. 금융위기 기간에 전세계는 유동성이 위축되었고 그 결과 주식부동산뿐만 아니라 모든 자산가격이 폭락하였다. 전세계 국가들이 유동성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정반대 현상을 보인 것은 기이한 일이다.

시중에 넘치도록 풀린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서 폭등을 불러왔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크게 낀 것이다. 자산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의 씀씀이가 늘어나서 일시적이긴 하지만 경제도 성장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경제가 다른 국가들에 앞서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산가격의 거품으로 인한 ‘거품효과’다.

미국이 수년 전 저금리를 바탕으로 집값 거품이 형성되어 개인들이 흥청망청 소비하고 즐겼던 ‘유동성 파티’를 지금 우리 경제가 즐기고 있는 것이다.

정작 무서운 사실은 시중에 넘치는 자금이 빚낸 돈이라는 점이다. 금융기관 대출이 2007년 142조원, 2008년에는 143조원이 신규로 증가했다. 2006년 말 모든 금융기관의 총대출액이 917조원이었으니까 2년 만에 31%나 늘어났다.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증가율이다.

다른 나라들은 서브프라임 버블이 터지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계와 기업들이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는데 우리만 유독 빚내서 파티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전문용어라고 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란 용어가 바로 대출상환을 가리킨다. 전세계에서 디레버리징이 일어났고 지금도 진행중인 것이 바로 금융위기를 표현하는 키워드다. 가계나 기업이 대출을 쓰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존의 대출까지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디레버리징, 즉 빚 갚기가 진행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엄청나게 폭발적으로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참고로 2005년에는 금융기관 대출이 68조원 증가하였고 2006년에는 112조원 증가했다. 그때도 부동산이 급등할 때였으니까 대출수요가 컸던 상황이었고, 경기가 좋았으니까 기업들도 왕성하게 대출을 늘렸다. 그런데 2007년과 2008년에는 해마다 2005년보다 2배 넘게 대출이 증가하였다.

2007년과 2008년 엄청나게 대출받은 돈이 모여 시중자금, 혹은 부동자금이 되고 이 시중자금에 의해 주식과 부동산에 큰 거품이 낀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 경제는 지금 빚내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결과 자산가격이 오르니 소비도 늘어나는 ‘빚잔치’를 즐기는 중이다.

‘빚잔치’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 빚으로 일어선 경제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야 만다. 그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혹은 국가경제든.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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